경허선사의 중노릇 하는 법 4

지식을 많이 쌓는 ‘똑똑한 분별’은 수행에는 쓸모가 없는 일이다. 내가 죽는다는, 나도 죽는다는 것을 알아야만 마음을 깨치기 위한 ‘간절함’이 생긴다.
마음을 깨치기 위해서는 수행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음심과 탐심, 진심을 멀리해야 하고 재물과 색이라는 재앙중의 재앙을 조심해야 한다.
착한 마음 나쁜 마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착하다 나쁘다 하는 분별 자체를 떠나야 하며, 주변의 상황에 상관 없이 동요가 없고 고요하고 깨끗한 마음상태 그대로가 부처의 마음이다.

경허선사의 중노릇 하는 법 3

불교 공부는 할수록 쌓이는 공부가 아니라 평생 습관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공부이다. 간절한 동기부여가 없으면 말짱도루묵이 되는 공부이기도 하다.
재물욕과 권력욕과 명예욕을 바라는 중생심은 ‘내가 있다’는 생각에서 생긴다. 목숨이라는 것에 뿌리를 깊게 내린 중생심을 걷어내는 것은 목숨이 허망한 것이라는 것을, 나는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공부를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은 밖으로 끄달리거나 안으로 분별하지 않는 마음가짐이다. 잘난 체 말고 숙맥처럼, 어린아이처럼, 귀머거리처럼, 벙어리처럼, 여행자차럼 관찰자 모드로 지낼 때야 비로소 내 마음을 가지고 있는 망상들을 없앨 수 있다.

경허선사의 중노릇 하는 법 2

생사를 면한다는 거창한 목표가 아닌 일상의 행복을 추구하는 데에서 중생들의 수행은 시작된다. 내 마음을 다스리고 내 생각을 다스리는 것에서부터 출발한 수행은 나아가 생각의 본질의 무엇인지를 탐구하게 하며, 생사를 면하는 경지에 다다르게 된다.
화두는 의심하는 것이되, 의심하기 전에 원숭이처럼 날뛰는 마음을 한군데 가만히 두는 연습을 먼저 해야 한다. 주력이나 독경, 염불 등 다양한 수행을 하면서 중요한 것은 딴생각이 들더라도 수행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딴생각을 하는 간격이 길어질수록 수행에 몰입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렇게 마음을 붙잡아두는 연습이 끝나면 붙잡은 마음을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관찰한다. 이렇게 수행할 수 있도록 사람으로 태어난 인연이 얼마나 지중한 것인가를 느끼는 것도 훈련을 통해서 증장시켜 나가야 한다.

경허선사의 중노릇 하는 법 1

경허선사의 ‘중노릇 하는 법’을 통해 알아보는 수행자의 덕목.
스님(중)은 성직자, 수행자, 생활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경허선사의 ‘중노릇’의 대상은 수행자로서의 스님이다. 스님뿐만 아니라 수행하며 살겠다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허스님이 말하는 중노릇을 삶의 태도로 체화해야 한다.
왜 수행자로 살아야 하는가? 살고 죽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깨닫고 내가 없음을, 삶도 죽음도 없음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 몸은 내가 아님을 알고, 모든 것이 그물코처럼 얽히고설켜 있다는 것은 전생과 이생, 내생 역시도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을 찾아야 하며, 마음을 찾고자 하는 자는 수행해야 한다.

온라인 일요강좌, 초기불교 이해 8 (完)

이 시간에는 초기불교의 수행법을 공부하기보다 현재 우리의 수행 모습을 점검해본다.
수행을 해야 한다고 불자라면 누구나 당연히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 수행하는 불자는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과연 수행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왜 강력한 동기를 갖고 수행하지 못하느냐고 다그칠 수 있을까?
인도사상과 인도불교의 핵심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신적인 수행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수행 전통이 한 번도 메인 컬쳐가 되본 역사가 없다. 종교라는 외피를 입고 우리나라에 유입된 불교는 기존의 민간신앙, 토속신앙 등 주술성을 기반으로 한 제례의식에 풍부한 사상과 이론을 제공하는 역할에 그쳤을 뿐, 참선이나 간화선 수행은 소수 엘리트를 위한 것에 불과했다.
이렇게 개인이 열심히 수행하는 기반이 단단하지 않은 현재 우리사회에서 수행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그리고 어떻게 행해져야 하는가? 이러한 고민을 공유하면서 초기불교 공부를 마친다.

온라인 일요강좌, 초기불교 이해 7

12연기를 언뜻 들으면 이해하기 쉽다고 착각하지만 12연기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아주 심오하고 어려운 일이다. 마치 너무 맑고 투명한 호수는 언뜻 보면 그다지 깊어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12연기를 설명하는 네 가지 방식 중에서 남방불교에서는 ‘분위연기’를 채택한다. 12연기의 12개 요소가 과거, 현재, 미래의 생에 걸쳐 5온을 상속한다고 풀이하는 해석이다. 이 같은 분위연기적 해석은 삼세양중인과설로 이어진다.
과거, 현재, 미래에 걸쳐 인과가 두 번 반복되는 것으로 과거의 인이 현재의 과가 되고, 현재의 인이 미래의 과가 된다.
이때 등장하는 무명 행 식 명색 촉 수와 같은 12연기의 요소들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단어의 개념과 달리 아비달마만의 독자적인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이해한다 하더라도 과학적이고 현대적인 언어로 12연기를 설명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므로, 실참수행을 통해 12연기를 체득해야 할 것이다.

온라인 일요강좌, 초기불교 이해 6

아비달마 불교의 철학적 성격을 규명한다. “일체는 12처다.”라는 진리는 생문 바라문의 질문에 따른 부처님의 대답이다.
부처님은 당시 사회를 지배했던 힌두교적 사상을 토대로 “이 세상을 주재하는 근원적인 존재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고 질문한 생문 바라문에게, 세상은 브라흐만이 주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식하고 경험한 것”일 뿐이라고 파격적으로 답했다.
또한 아비달마에서는 ‘무언가 있다’고 생각하는 관념적 존재를 해체하는 기준으로 ‘법’을 내세운다. 5온, 12처, 18계와 같은 개념은 아비달마에서 법을 해체(그룹핑)하는 각각의 범주이다.
아비달마에서는 이러한 법을 객관적인 실재로 규정하고, 대승불교에서는 법의 ‘실재’를 비판하지만 중요한 것은 법의 실재성을 둘러싼 철학적 논쟁이 아니라, 법의 공상을 통찰하여 열반으로 간다는 수행 그 자체이다.

온라인 일요강좌, 초기불교 이해 5

오온은 무엇인가? 흔히 ‘색수상행식’이라고 답한다. 답을 할 때, 불교의 교리를 일반적인 지식이나 실용 논리로써 인식하는 오류에 빠지지 않았는지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온은 단지 색수상행식이 어떤 것이다 하는 지식이 아닌 나라는 존재가 무상하고 괴롭고 무아라는 것을 통찰하기 위해 나를 해체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오온은 곧 ‘나’다. 세상에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했던 ‘나’가 실은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고정관념일 뿐 다섯 가지 무더기가 모여있는 것이 나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오온을 통해 아공과 법공을 깨달으면 제일 먼저 일어나는 것이 염오의 과정이며, 염오의 과정으로 내 안에 쌓여있던 탐욕이 빛바래는 과정을 거쳐 궁극적인 열반에 이른다.
오온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부처님의 대답이며, 수행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온라인 일요강좌, 초기불교 이해 4

사성제는 불교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사람에게 부처님이 불교란 무엇인지 1분 요약으로 설명한 것이다. 당시 인도사회의 보편화된 개념이었던 열반을 주제로 어떻게 열반에 이를 것인가를 이야기한 것이다.
부처님은 열반의 키워드를 ‘괴로움’으로 삼았다. 열반이란 괴로움의 소멸이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사성제의 전반부에서 괴로움이 무엇인지, 왜 괴로운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이어서 열반이 무엇이다는 것을 괴로움의 소멸로 정의하고, 소멸에 이르는 방법으로 팔정도를 제시한다.
불교의 핵심은 괴로움에 대한 올바른 이해이다. 개념을 해체하는 것을 통해 무상, 고, 무아를 이해하는 것이다.

온라인 일요강좌, 초기불교 이해 3

불교에서 말하는 법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는 부처님의 가르침으로써의 법(담마)이요, 둘째는 존재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써의 법(다르마)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두 번째 의미의 법이다. 존재의 기본 단위로써의 법은 또한 두가지 성질로 나뉘는데, 먼저는 더이상 나눌 수 없는 고유성질을 가진 것이고, 이어서는 그러한 고유성질을 유지하는 최소단위인 찰나이다.
우리가 현실에 실제한다고 착각하는 것은 고유성질로 해체할 수 있으니 나라고 할만한 것이 없다. 아공이다. 또한 법은 찰나생 찰나멸이기에 무상하고 이는 법공을 의미한다.
초기불교에서는 아공과 법공을 공히 성찰해야 열반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