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 해설 5 오온, 내 마음이 만들어낸 이미지

오온은 색온, 수온, 상온, 행온, 식온으로 이루어졌다. 눈 앞에 어떤 대상이 있고 그 대상이 아름답고 다른 꽃과 비교해 더욱 붉고 그래서 꺾어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오온이다. 오온은 순차적이 아니라 동시에 일어난다.
오온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초점이 맞은 곳에서 주어진 정보에 의해 내 마음이 만들어 낸 이미지이다. 대상은 하나라도 그것을 보는 주체의 마음에 따라 대상은 백 가지 의미가 되고, 백 개의 세계가 된다.
오온이 공하다는 것은 내가 마음속에서 만들어낸 이미지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무언가에 조건 지어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무엇에 조건 지어졌는가? 내가 가진 관심에 조건 지어졌다. 그것을 인식하는 나에게 조건 지어졌다. 오온이 공하다는 것을 부가 설명하는 말이 바로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다.

#나는누구인가, 반야심경, 알아차림, 연기, 오온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觀自在菩薩 行深般若波羅蜜多時 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오온이 공한 것을 비추어 보고 온갖 고통에서 건너느니라.

오온, 꽃의 비유

지난 시간 공에 대해서 알아보았고, 비추어 본다는 것의 의미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오온(五蘊)이 무엇인지를 공부하겠습니다. 오온은 쌓여있다, 모여있다는 뜻입니다. 색온, 수온, 상온, 행온, 식온의 다섯 가지로 이루어집니다.

흔히 꽃에 비유해서 설명합니다. 내 눈 앞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색온입니다. 수온은 그 무언가가 나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아름답다던가 무섭다던가 하는 것입니다. 수온은 꽃이 참 아름다운데 이 꽃은 다른 꽃보다 훨씬 더 붉은 색이어서 그렇구나, 비교를 통해서 아는 것입니다.

행온은 다른 어떤 꽃보다 더 크고 붉고 아름다운 저 꽃을 꺾어서 집에 가져가고 싶다고 하는 마음입니다. 의도가 생기면 그것이 상온입니다. 식온은 이러한 전체적인 과정을 통괄하는 것입니다. 꽃이 있고, 아름답고, 다른 꽃과 비교하여 더욱 아름답고, 그래서 소유하고 싶은 마음 전체를 이릅니다.

그런데 이러한 오온이 단계적으로,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느냐 하면 그것은 아닙니다. 색온부터 식온까지가 동시에 이뤄집니다. 무언가를 보는 순간 모든 과정이 일어납니다.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것들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의식적인 느낌이나 감정을 다 포함합니다.

오온, 내 마음이 만들어낸 이미지

꽃을 보고 하는 생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오온이 다 들어있습니다. 꽃은 꽃이로되 실제 내 앞에 있는 저것이 꽃인 것이 아니라, 내 앞에 무언가 있고 아름답고 색이 유독 붉고 가지고 싶은 저것을 장미라고 이름붙입니다. 이렇게 내 머릿속에 장미에 대한 이미지가 만들어지면 그것이 바로 오온입니다. 실제 꽃이 아니라 내가 내 마음속에 만들어낸 이미지가 바로 오온입니다.

이것은 지금 보고 들어서 만들어질 수도 있지만, 과거 기억 속에 있는 것을 모두 포함합니다. 오온을 이야기하는 것은 보고 듣고 만지는 모든 것, 존재하는 모든 것을 말하는데, 이것이 현실에 실제 존재하는 그것이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아 머릿속에 만들어낸 이미지가 오온입니다.

우리는 정보로써 만들어낸 이미지와 현실에 실재하는 그 무엇인가가 같은 것으로 착각합니다. 이것을 반야심경에서는 ‘전도몽상’이라고 합니다. 연기실상의 세계에서는 실제로 존재하는 그 무엇과 내 마음 속에서 만들어낸 이미지를 동일시하는 데에서 모든 번뇌가 비롯됩니다.

불교 용어로 오온이라는 어려운 용어를 쓰지만 요즘 말로 하면 내가 내 머릿속에 입력해놓은 ‘이미지’ 혹은 ‘정보’라고 이해해도 무방하겠습니다. 오온은 실재하는 현실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 있습니다.

마음이 만들어 낸 세계, 각기 다른 백 개의 세계

일체는 유심조라는 표현도 여기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색수상행식, 오온이라는 표현을 쓰면 모든 것을 다 포함합니다. 보고 듣고 만지고 인식하는 모든 것이다 포함됩니다. 그러니까 이것을 ‘일체’라고 표현해도 무방합니다.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마음이 만들어냈다는 말은 내가 무언가를 보고 듣고 그것을 통해서 내 마음속에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일체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세계는 바로 그런 것입니다.

그러니까 한 사람마다 하나의 세계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백 명의 사람이 있다면 같은 것을 보고도 똑같은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오온은 이처럼 한 사람 한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각기 다른 세계입니다.

오온이 공하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반야심경에서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
色卽是空 空卽是色 受想行識 亦復如是

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인데 수상행식도 역시 마찬가지라는 뜻입니다. 색수상행식이 다 공이고, 공이 다 색수상행식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조견 오온개공이라는 말을 풀어서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 라는 말로 설명한 것입니다.

오온은 조건 지어져 만들어진다

공하다는 말은 비어있다는 것이 아니라 조건 지어져 있다는 말이라는 이야기를 전 시간에 했습니다. 오온이라는 것은 연기실상의 세계가 아니라 내가 인식한 정보를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입니다. 이 공식에 따르면 오온이 공하다는 것은 내가 마음속에 만들어낸 꽃에 대한 정보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다른 무엇에 조건 지어져서 만들어졌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사람인 A와 일본사람인 B가 길을 가다가 점심을 먹으려고 합니다. A의 눈에는 햄버거 집이나 빵집, 스테이크 같은 것만 눈에 들어올 것이고, B의 눈에는 초밥이나 생선, 모밀면 같은 것들만 눈에 보일 것입니다. 이때 A의 세계와 B의 세계는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

두 번째, 우리가 배롱나무 꽃을 본다고 할 때, 내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꽃에 대한 정보가 자기 홀로, 스스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습니까? 먼저는 현실세계에 실재 존재하는 그 무엇에 일차적으로 의지하고, 그 다음 그 무엇을 인식하는 나라는 것에 의지하여 배롱나무 꽃이라는 정보와 이미지가 만들어집니다.

오온은 내 마음의 초점에서 만들어진다

오온이 공하다는 것은 오온이 다른 것들에 의지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말합니다. 또한 오온이 공하다는 것은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그 무엇과 그것을 인식하는 사람의 마음에 의지해서만이 꽃에 대한 이미지가 만들어짐을 의미합니다. 배롱나무 꽃이라는 것은 배롱나무를 인식하는 나에 의지해서 만들어진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나는 다른 많은 정보들 중에서 특히 배롱나무만을 특정하여 인식합니다.

내 마음의 초점이 가 있는 것 외에는 정보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왜 그런 시스템이 작동할까? 과학자들이 고양이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는 이렇습니다. 고양이가 평소에 듣는 소리를 들려주면 고양이는 이런 소리 저런 소리에 반응을 합니다.

그런데 고양이 앞에 쥐를 가져다 놓으면 고양이의 뇌가 다른 정보는 모두 차단하고 오로지 쥐에게만 반응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의 뇌는 평소에는 20%만 활성화되어 있고, 나머지 80%가 하는 일은 집중하는 일 이외의 다른 정보를 차단하는 일에 쓰인다고 합니다. 고양이를 앞에 둔 쥐가 다른 소리를 모두 차단하는 것처럼요.

왜 생명체는 이런 시스템으로 발전했을까요? 고양이가 온 신경을 집중해도 먹이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런데 다른 자극들에 일일이 반응했다간 한 마리의 먹이도 잡지 못하고 굶어 죽을 것입니다. 과일을 따먹어야 하는 원숭이는 나무 위의 수많은 과일 중에 잘 익은 놈을 바로 판단하고 쟁취해야 합니다. 온 신경이 과일을 선택하는 데에 집중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의 많은 부분은 우리가 행동하는 것, 정보에 반응하는 것에 따라 결정됩니다. 마치 쥐밖에 안 보이는 고양이의 세계와 고양이 옆의 주인의 세계가 같은 곳에 있지만 전혀 다르게 펼쳐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세계가 다릅니다. 결국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도 내 마음이 그쪽으로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온이라 함은 실제 존재하는 연기실상의 세계에도 조건 지어지지만 그것을 인식하는 우리들의 마음에 의해도 조건 지어집니다. 그래서 오온은 홀로, 독립적으로, 자발적으로, 스스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오온이 공하다는 말의 의미입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색이 곧 공입니다. 또한 공은 곧 색입니다. 하나를 놓고 다른 표현을 쓰는 것입니다. 오온의 속성이 곧 공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Previous

반야심경 해설 4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행복하게 사는 법

Next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