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빈소를 차리자
장례식장에 조문을 다녀오면 느낀 삶과 죽음.
누군가 돌아가셔서 조문을 다녀오게 되는 일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조문은 관례화된 의식이다. 조의금을 준비하고 영정에 절을 하고 유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지인들과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이 과정에서 돌아가신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은 고작 2~3분 남짓이다.
내가 고인의 입장이 되어 나의 빈소를 바라본다면 어떨까? 나는 죽어서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유족들이나 조문객들에게도 더이상 나는 영향력 있는 존재가 되지 못한다.
삶은 1인극 판토마임과 같아서, 타인은 나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고 짐작할 뿐, 나와 완벽하게 같은 감정을 느끼지는 못한다.
공연이 끝나면 관객과 배우의 관계가 끝나듯, 삶이 끝나면 세상과 타인에게서 나는 사라지고 그 관계 역시 끊어진다. 이것이 불교의 핵심인 무아이다. 무명으로 가득 찬 아상을 털어내고 내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잘 사는 길이며, 잘 죽는 길이며, 불교를 제대로 실천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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