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와 무아사상
2020년 여름, 증심사는 수해를 입었다. 연이틀 퍼붓는 비에 건물과 진입로, 배수로 등에 피해를 입은 것이다. 피해 당사자가 남이 아니라 내가 되는 순간 이성은 사라지고 감정이 앞선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내가 뭘 잘못했다고!" 모든 초점이 '나'로 모아진다.
내가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면 자연의 온갖 변화 앞에서 분노하고 원망하고 불안해하는 마음만 들끓을 것이다. 자연재해 앞에서 파국으로 가지 않으려면 내가 있다는 생각에 눈 멀어 있는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 그리고 나의 수행이 곧 지구를 정화하는 길임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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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가전에 4
극락은 비행기나 차를 타고 이동해서 갈 수 있는 공간적인 개념이 아니다. 극락이란 번뇌망상이 없어져 무명업장을 벗어난 곳이다. 백중에 영가님을 위해 기도를 하는 것은 영가님이 삼독심을 버리고 무명업장을 벗어나기를 바라는 행위이다.
삼독심을 버리고 극락에 가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무상임을 깨쳐야 한다. 무상이란 무엇인가? 생과 사, 생과 멸은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인연이 주도함을 아는 것이다. 흔히 무상을 무언가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라고 오해하지만, 사실 모든 것은 찰나찰나에 생하고 멸한다.
우리의 몸과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이 몸을 떠나 다음 생을 받는 것 역시 생멸의 자연스러운 이치임을 이해한다면 떠나는 육신과 삶에 탐진치 하지 않고 극락에 한 발짝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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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가전에 3
불교에서 말하는 '죄'는 탐진치 삼독이다. 내가 무엇인지 몰라서 집착하고 화를 낸다. 탐욕과 분노는 나를 제대로 모르는 어리석음에서 비롯된다.
무명으로 인한 악업에는 반드시 과보가 따른다. 모르고 지은 죄, 알고도 지은 죄를 없애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죄의 실체가 본래 없다는 것을 제대로 알면 된다. 죄는 마음 따라 생겨날 뿐 그 자체로써 자성을 가진 것이 아니다.
죄는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한 후에는 참회를 해야 한다. 이해와 참회가 함께 갈 때 비로소 죄가 사라진다. 참회한다는 것은 내 마음을 닦는 수행을 한다는 것이다. 수행과 참회는 같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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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일요강좌, 초기불교 이해 5
오온은 무엇인가? 흔히 '색수상행식'이라고 답한다. 답을 할 때, 불교의 교리를 일반적인 지식이나 실용 논리로써 인식하는 오류에 빠지지 않았는지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온은 단지 색수상행식이 어떤 것이다 하는 지식이 아닌 나라는 존재가 무상하고 괴롭고 무아라는 것을 통찰하기 위해 나를 해체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오온은 곧 '나'다. 세상에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했던 '나'가 실은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고정관념일 뿐 다섯 가지 무더기가 모여있는 것이 나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오온을 통해 아공과 법공을 깨달으면 제일 먼저 일어나는 것이 염오의 과정이며, 염오의 과정으로 내 안에 쌓여있던 탐욕이 빛바래는 과정을 거쳐 궁극적인 열반에 이른다.
오온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부처님의 대답이며, 수행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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