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교리

12처(處)로 풀어본 김춘수의 꽃

시인 김춘수는 말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름을 붙이는 것은 대상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사랑하고 애착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욕망하는 대상에게만 이름을 붙인다. 이름을 붙이기 전에는 자신의 세계에 인식되지 않는다. 부처님은 이것을 "작자는 없지만 행위는 영원하다"고 말했다. 행위에 대해 욕망을 가지면 이름을 부여하게 되고, 이름을 부여하면 마음에 이미지가 생성되고, 마음에 이미지가 생성되었을 때야 비로소 그것은 나에게 있어 '존재하는 것'이 된다. 내가 따로 있고 대상이 따로 있어 인식하는 것이 아니다. 보는 행위, 듣는 행위, 행위가 있기에 여기에 따라서 보는 나와 보이는 대상이 생겨난다. 때문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세상이라는 것은 없다. 중생은 욕망 없이는 살 수 없다. 우리의 욕망을 보살의 원력으로 바꾸는 것이 수행이며, '원래 있는 세계'라는 것이 우리의 뒤바뀐 헛된 생각임을 깨닫는 방법 역시 오직 수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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