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부처다

부처님의 제자답게 항상 수행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의미에서 살펴보는
관음시식 장엄염불의 게송.
나옹스님은 아미타불을 찾는 동생에게 “마음머리에 꼭 붙들어 간절하게 잊지 않으면 육문에서 상서로운 자금광을 발할 것”이라는 게송을 주었다.
아무런 잡생각 없이 아미타부처님이 어디에 있을까 하는 마음만 있을 때, 그 순간이 바로 중생이 부처가 되는 순간이다. 부처님은 마음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이 깨달으면 그것이 바로 부처의 경지이다.

#경전, 마음, 수행, 알아차림

정초에는 이런저런 기도도 많고 제사도 많습니다. 제사를 지낼 때는 장엄염불을 하는데, 그 내용들을 보면 부처님 경전에 나오는 이야기와 조사어록에 나오는 이야기 중에서도 그야말로 금과옥조 같이 좋은 이야기만 고르고 골라서 넣어놓은 것입니다.

나옹스님의 게송

기왕이면 제사를 지낼 때 그 내용을 알고 임하는 것이 영가님을 위해서도 좋고 제사에 참석하는 본인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관음시식 장엄염불 도입부의 게송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아미타불재하방(阿彌陀佛在荷方) 아미타불은 어디 계신가

착득심두절망막(着得心頭切莫忘) 마음머리에 꼭 붙여서 간절하게 잊지 말라

염도염궁무념처(念到念窮無念處) 생각생각이 지극하여 생각 없는 곳에 도달할 때

육문상방자금광(六門常放紫金光) 육문에서 항상 상서로운 자금광을 발할 것이다

이 게송은 고려 말 삼대화상 중 한 분인 나옹스님이 동생에게 지어준 게송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아미타불을 찾으려고 해도 중간에 까먹고 또 까먹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묻는 동생에게 주는 대답이었습니다.

우리도 염불을 하다보면 졸기도 하고 딴생각을 하기도 하고 자꾸 마음이 옆으로 샙니다. 사람 마음이 다 그렇습니다. 나옹스님의 동생도 그러했나 봅니다.

나옹스님의 게송을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네가 열심히 염불을 해서 생각생각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서 마침내 생각이 없는 경지에 이르면 그 때 네 마음이 바로 아미타부처님이다.’

중생의 마음, 부처님의 마음

우리가 평소에 생활하는 마음인 시기하고 슬퍼하고 우울해하고 자책하는 마음은 중생심입니다. 그 중생심이 부처라는 말이 아니고, 한 생각을 끊임없이 해서 생각이 없는 경지에 도달했을 때 그때의 마음이 바로 부처라고 합니다.

또한 육문이라는 것은 안이비설신의 육근을 말하는 것이지만 단순히 우리 몸에 있는 것이 나가는 안이비설신의라는 구멍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육문이란 우리 마음이 밖으로 나가는 통로입니다. 마음이 눈을 통해서 밖으로 나가면 무언가를 보고, 귀를 통해 나가면 듣고, 혀를 통해 나가면 뭔가를 맛보고, 이렇게 들어온 여러가지 정보를 기억하고 저장하고 또 다른 생각을 만드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육문에서 방광한다는 말은 내 마음이 곧 부처라는 이야기입니다.

마음이 곧 부처라는 말

마음이 부처라는 말을 쉽게 생각해봅시다. 마음이 부처니까 마음이 아닌 것은 부처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마음 밖에 있는 것은 부처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마음 밖에 있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용이라고 할 때 용은 실제로 존재하는 동물이 아니라 상상 속의 동물입니다. 실제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딘가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은 반드시 시작이 있고 끝이 있습니다. 시간을 차지해야 합니다. 즉 실제로 존재한다는 말은 시간과 공간 속에 존재해야 합니다.

그런데 용은 생명이 있어서 태어나고 죽는 것이 아니며 어느 공간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 상상 속에 있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마음이 부처라고 할 때 부처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과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무언가가 아닙니다. 이것이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기독교에서는 믿으면 존재합니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부처라는 것이 실제 존재하지 않으며 다만 마음이 부처라고 합니다. 우리는 마치 부처님을 시간과 공간을 차지하는 무언가는 아닐지라도 상상속의 동물처럼 어딘가에 있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생각이 시작되는 곳에 부처님을 둔다는 것

그런데 나옹스님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마음머리에 붙들어 매서 아미타부처님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입니다.

화두(話頭)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의 머리입니다. 말을 하려면 먼저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말의 머리는 곧 생각의 머리입니다. 화두, 염두, 심두 모두 같은 말입니다. 생각의 머리는 생각이 나오는 곳, 생각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생각의 머리에 둔다는 말은 무슨 생각을 하든 그 생각이 시작되는 곳을 살핀다는 말입니다.

하나의 생각이 시작되는 곳을 보려면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그 생각만 해야 합니다. 항상 생각해야 그 생각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생각의 머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 있습니다. 생각의 머리는 생각이 시작되는 곳이기 때문에 무념무상의 경지입니다. 화두를 본다는 것은 바로 그 무념무상의 경지를 직접 느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미타부처님이 어디에 있는가를 하루 스물네 시간, 일분일초, 무엇을 하든지 생각하면 무념의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아무 잡생각이 없이 아미타부처님이 어디에 있을까 하는 마음만 있을 때, 그 때가 바로 네가 부처인 것이라고, 마음 밖에서 아미타부처님을 백날 찾아봐야 못 찾는다고, 잊지 말고 그 생각만 하다보면 그 마음이 바로 부처라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한 생각 꾸준히 잊지 말고 이어가기

정리하자면 마음이 부처라는 말은 부처는 마음 밖에 있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처는 시간과 공간을 차지하는 실제 존재하는 무언가가 아닙니다. 두 번째, 마음이 부처라고 할 때 그 마음은 희로애락, 오욕과 번뇌에 물든 중생심이 아니라 무념무상의 경지이며 그 마음이 바로 부처입니다.

부처라고 하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무엇도 아니며 상상 속의 존재도 아닙니다. 내 마음이 깨달으면 그것이 바로 부처의 경지이며, 그것을 편의상 부처님이라고 부릅니다. 때문에 무엇을 할 때도 한 생각을 꾸준히 잊지 말고 이어가야 합니다. 잡생각하지 말고 한 생각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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