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청은 말 그대로 신중님들, 신중神衆, 즉 많은 신들의 무리들에게 청하는 의식을 말합니다. 신중청을 중단퇴공이라고도 말합니다.
법당에서는 부처님이 계신 곳을 상단, 신중님을 모신 곳이 중단, 영가가 계신 곳을 하단이라고 칭하는데, 상단 부처님께 올린 공양을 중단으로 물려서 불공 드리는 것을 중단퇴공이라 합니다. 그 외, 신중본공, 중단본공 등 여러 가지 표현이 있지만 모두 신중님들에게 공양물과 의식을 올린다는 뜻을 가진 신중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불공의 순서
신중청에 앞서 일반적인 불공이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불공을 드릴 때에는 첫 번째, 어느 보살님에게 불공을 드리는 지를 먼저 밝히고, 두 번째, 해당 불보살님에게 ‘공양을 올려도 되겠습니까?’ 여쭈며 공양을 청합니다. 세 번째는 상을 차리고 음식을 준비하여 공양을 드시게끔 준비하고, 네 번째, 공양을 다 드시고 나시면 공양을 받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찬탄하는 내용이 들어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공양을 회향하면서 ‘그런데 사실은 제게 이러이러한 원하는 바가 있으니 잘 봐주십시오’ 하고 축원을 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큰어른을 초빙하여 공양을 대접하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마지막으로 부탁을 드리는 것이 불공의식의 기본적인 형식입니다.
신중청 역시 마찬가지다. 불공 드릴 분들을 거명하고 공양을 받아주시기를 청합니다. 신중님들이 공양을 드시는 시간에 절과 진언을 하면서 공양을 더욱 풍성하게 한 다음, 공양 드신 신중님들을 찬탄합니다. 모든 의식이 끝나면 축원을 합니다.
신중탱화 보는 법
신중탱화의 핵심은 예적금강과 제선천왕 두 분입니다. 먼저 신중단 중앙에 위치한 험상궂게 생긴 분이 바로 예적금강(예적명왕)입니다. 이분은 부처님의 화현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화현했을까요?
신중들이 하는 일은 호법, 즉 부처님과 진리를 공부하는 수행자들을 지키는 일입니다. 누가 법을 해치려 합니까? 마구니입니다. 부처님은 마구니를 상대하기 위해 마구니가 가장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나투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얼굴이 세 개고 여덟 개의 손에는 법을 지키는 법구가 들려 있습니다. 후광도 여느 부처님과 같지 않게 불이 타오르는 것처럼 표현됐습니다.
그 아래로는 선비 같기도 하고 장수 같기도 하고 임금 같기도 한 분이 눈에 띕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욕계를 다스리는 제석천왕입니다. 제석천왕은 욕계의 중심인 수미산이 있는 도리천을 다스리는 왕으로 인도말로는 인드라라고 하며, 사대천왕 즉 사천왕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신중청의 순서
불보살님들을 초청함
신중단의 구도는 상중하로 나뉘어 있습니다. 상단은 금강회상입니다. 하여 거불을 할 때 ‘나무금강회상 불보살’이라며 신중단 상단의 불보살님들을 부릅니다.
중단은 제석천왕이 다스리는 도리회상입니다. 이에 두 번째 거불을 칭할 때 ‘나무도리회상 성현중’이라 하며 도리천에 계시는 훌륭하신 현자님과 성현들을 모십니다.
하단은 옹호회상입니다. 주로 토지신, 가람신, 산신 등 우리가 친근하게 대하는 신들로, 세 번째 거불을 할 때 ‘나무옹호회상 연기등중’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거불을 하면서 상중하단에 있는 모든 불보살님들을 초청하고, 널리 청을 올리겠다는 보소청진언을 합니다. 여기까지가 ‘누구를 초청할 것인가’ 하는 대목입니다.
불보살님들을 모실 준비를 함
다음으로 유치와 청사가 나옵니다. 한문으로 되어 있는 이 부분은 주로 노전 스님이 홀로 독경을 하는데, 유치는 ‘왜 이 신중청을 하는가’에 대한 연유이고 청사는 말 그대로 청하는 말입니다. 신중단에 계시는 모든 분들을 거명하면서 공양에 와 달라고 청하는 것입니다. 불보살님들을 모시기 위해서는 먼저 청소를 하고 좋은 향을 뿌리고 꽃으로 장식하여 온 법계를 깨끗하게 정화해야 합니다. 정법계진언으로 법계를 깨끗하게 하는 것까지가 불보살님들을 모실 준비를 하는 단계입니다.
공양을 올림
공양은 진언본공으로 시작합니다. 우리가 올리는 이 공양물이 눈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물이고 과일이지만 진언의 힘으로 이것들을 지상에서 가장 달콤한 감로수와 훌륭한 공양물로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변식진언이란 음식을 변하게 하는 진언이며, 시감로수진언은 차를 감로수로 변하게 하는 진언이고, 일자수륜관진언은 우유가 한량없이 나오는 진언입니다. 부처님이 고행 끝에 수자타가 올린 공양물이 바로 우유죽이라는 사실을 상기해보십시오. 유해진언은 우유가 바다 같이 많아져서 베풀어지는 진언입니다.
다음은 지심정례공양이라 하여 화엄회상에 계시는 모든 불보살님들에게 지극한 마음으로 공양을 올립니다. 화엄회상이란 비로자나 부처님이 화엄경을 설하는 장소로, 이곳에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신과 보살님들이 모이기에 이 세상 모든 불보살님에게 공양을 올린다는 예찬에 다름 아닙니다. 상계와 중계 하계로 나누어 지심정례 공양을 올리고, 다음으로는 보공양진언으로 이 분들 외 모든 존재에게 공양을 두루 제공합니다.
불보살님을 찬탄함
이제 보잘것 없는 공양을 잘 드셔주어서 고맙다는 마음을 담아 찬탄을 합니다. 먼저 신중단의 본존이신 예적금강님의 마음을 나타내는 금강심진언을 하고, 예적대원만다라니로 예적금강의 대원을 찬탄하며, 항마진언으로 마구니를 물리치는 신중님들을 찬탄합니다.
신중님들의 본연의 역할이 마구니의 항복을 받는 것이니 만큼 항마진언을 조금 더 살펴보자면 이렇습니다. 신중님들은 몸을 금강과 같이 수승하게 하고, 마음을 허공에 고요한 상태로 머무르게 하며, 입으로는 ‘(옴) 남’이라는 글자로 광명을 냅니다.
신중님들은 이 같은 세 가지 방편, 즉 신구의 삼업을 밝힘으로써 법계를 정화합니다. 신중님들이 힘으로써 마구니들을 죽이거나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신구의 삼업을 깨끗하게 함으로써 마구니들의 번뇌를 깨뜨려 항복을 받아낸다는 뜻입니다. 밀교에서는 신구의 삼업을 깨끗하게 하는 것을 삼밀가지 즉 세 가지 비밀스러운 가피력이라고 말합니다.
이어서 더러움을 없애는 제선천왕의 진언인 제구예진언, 상단에 위치한 10대명왕을 찬탄하는 진언, 팔부신중에게 읍소하는 소청팔부진언이 계속 되며, 삼계재천에 있는 모든 분들을 찬탄하고 화엄경약찬게와 보회향진언을 함으로써 찬탄을 마무리 합니다.
불공을 회향함
모든 불공의 회향은 거의 유사합니다. 원성취진언, 보궐진언, 보회향진언입니다. 우리들의 원을 성취하여주시옵고(원성취진언), 혹시 빠뜨린 것이 있다면 챙겨주시고(보궐진언), 마지막으로 널리 회향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보회향진언)
불공은 여기에서 끝나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중생이기에 이 대목에서 구체적인 서원을 말씀드립니다. 명심할 것은 중생의 개인적인 서원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가장 크고 근본적인 소원인 ‘모든 중생들이 깨달음을 얻게 해달라’는 서원을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축원은 그 다음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