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생각이 많은가

우리는 왜 과거의 일을 곱씹어 후회하고 미래의 일을 불안해 할까?
뇌의 기본모드신경망은 860억 개의 뇌세포를 연결하는 100조 개의 시냅스로 이루어져 있고, 뇌세포가 시냅스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은 무한대에 가깝다. 뇌는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느낄 때에도 10초에 한 번씩 무언가를 생각하도록 작동하고 있다.
이렇게 작동하는 뇌는 과거의 일을 기억하고 다가올 미래를 불안해 하는 식으로 원시시대부터 현재까지 진화해 왔으며, 다른 한편 원시시대와 다른 환경에 사는 현대 인간들에게 괴로움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신경망을 좋은 쪽으로 변화시키고 발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인지조절신경망이며, 우리는 수행을 통해 뇌세포와 신경망을 개발할 수 있다.

#, 뇌과학, 마음, 생각, 수행, 신경망

마음의 

마음은 어리석게 과거의 일을 취하지도 말고 또한 미래의 일에도 탐착하지 말지니라

그리고 현재 있는 일에도 머물지 아니하면 삼세가 실로 공적함을 요달하리라.

<화엄경>

지나간 일을 붙들고 후회하지도 말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벌써 불안해하지 말고, 현재의 일에 대해서도 애착심을 가지지않으면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공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는 화엄경의 게송입니다.

생각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나는 그러려고 하지 않았는데 머리속에서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고는 합니다. 오늘은 이런 현상에 대해 뇌과학적으로 접근해보고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는 머리통을 시원하게 정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마음은 원숭이와 같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마음은 한 군데 가만히 있지 못합니다. 마치 철없는 어린 원숭이가 나뭇가지 위에서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최근 뇌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생각이 많게 작동된다고 합니다. 생각이 많은 것이 정상인 것이지요. 

기본모드신경망

우리의 뇌에는 기본모드신경망(default mode network)이 있습니다. 인간의 뇌에는 860억 개의 세포가 있고, 이 뇌세포가 다른 뇌세포와 연결되는 가지가 있습니다. 그 가지를 시냅스라고 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기억한다고 할 때는 뇌세포 여러 개가 시냅스를 통해 연결되어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루게 됩니다.  

뇌세포와 뇌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는 몇 개나 될까요? 무려 100조 개라고 합니다. 100조 개의 시냅스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은 무한대에 가깝습니다.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로 치면 용량이 무한한 것과 같습니다. 무한한 용량의 시냅스가 있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생각을 할수 있겠지요. 

한편 하버드 의대에서 사람들에게 특정한 글자를 보여주고 그 사람이 이 글자와 연관된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 결과 46%의 사람들이 글자를 보면서 딴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사람들은 나름대로 집중을 하고 있다고 여기지만 머릿속에서는 30% 가량 딴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즉 인간의 머리는 기본적으로 딴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생각을 얼마나 많이 할까요?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10초에 한 번씩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하루 24시간 중 잠들어 있는 8시간을 제외하고 깨어 있는 16시간 동안 6,200번의 생각을 하는 셈입니다. 이렇게 인간이 자연스럽게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은 기본모드신경망에 따른 것입니다. 

 생각은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우리는 보통 생각할 거리를 자극하는 무언가에 의해서 생각이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눈이 가는 무언가를 봤다거나 어떤 소리를 들었다는 이유로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기도 하지요. 반면 약간 잠이 오거나 노곤한 상태에서는 외부의 자극이 있어도 머리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사실 이런 상태에서도 우리 머릿속에서는 10초에 한 번씩 무언가를 생각한다고 합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에도 머리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발견했을까요? 바로 에너지 사용량을 통해 추측했습니다. 사람의 뇌는 전체 신체의 2%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순두부보다 조금 딱딱하고 두부보다는 조금 물렁물렁한 이 기관. 무게로 따져도 전체의 2%밖에안 되는 이 기관이 우리 몸에서 쓰이는 에너지의 20% 이상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아무 일도 안 하는 뇌가 왜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까? 이런 질문을 가지고 연구를 하다보니 뇌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계속해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기본모드신경망에서 기본적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라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간의 진화와  생각

여기에서 우리가 궁금한 것은 이런 겁니다. 왜 사람의 머리는 그렇게 생겼을까? 생각들의 대부분은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이고 행복한 생각은 별로 안 드는데, 왜 인간의 뇌는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도록 되어 있을까?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인간이 행복감을 느낄 때는 무언가에 몰입했을 때라고 합니다. 그런데 일상 생활에서 뭔가 몰입하는 시간은 1분1초가 안 될 때도 많습니다. 어째서 몰입의 행복감을 누리지 못하고 이런 저런 고민과 걱정과 생각들로 괴로움을 만들고 있을까요?

이것은 원시시대로부터 내려오는 진화의 흔적 때문입니다. 과거의 일을 곱씹어 생각해야만 생존할 수 있었지요. 가령 A와 B가 남쪽 골짜기에서 산딸기를 따먹었다고 합시다. A는 맛있게 먹은 것으로 만족한 채 남쪽 골짜기에 대한 것을 잊어버렸고, B는 ‘아, 거기 있는 산딸기가참 맛있었는데. 또 가면 먹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겁니다. A와 B 중 다시 산딸기를 먹을 확률이 높은 사람은 당연히 B일 것입니다. 과거의 일을 끄집어 내서 다시 생각하고 잊어버리지 않아야만 살아남을 확률이 높았습니다. 인간의 뇌는 그렇게 진화해왔습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숲속을 걸을 때 A는 아무 생각 없이 걷고 B는 ‘혹시 곰을 만나면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과 걱정을하며 걷습니다. 이때 실제로 곰을 마주치게 되면 아무런 준비가 없었던 A보다 미리 걱정하고 있던 B가 더 빨리 도망칠 수 있습니다.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고 조그마한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생존할 확률이 높은 것이지요. 자연스럽게 인간의 머리는 앞날을 걱정하는쪽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지나간 일을 생각하고 앞날을 걱정하는 것은 인간의 진화의 결과물입니다. 환경은 원시시대에서 첨단 현대 사회로 변화했지만 원시시대에서 진화한 머리는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우리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을 안고 살아갑니다. 현대인들이 정신적으로괴로운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신경망의 감독자인지조절신경망

요즘 사람들은 ‘힐링’을 원합니다. 괴로운 마음을 치료하기를 원합니다. 그 치료법은 쓸데없는 잡생각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사람의 뇌에는 기본모드신경망도 있지만 다른 한편 인지조절신경망이 존재합니다. 머리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 관리감독하는 신경망입니다. 수행이라는것은 바로 이 머릿속의 관리자의 역량을 키우는 것입니다. 관리자의 역량을 키우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신경망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지만 수행을 하다 보면 일상에서 내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잡생각이 들었다 사라지는지를 알게 됩니다. 

몸과 마음을 휴식하기 위해서 우리는 잠을 잡니다. 잠을 잘 때는 신경이 차단되어야 정상입니다. 잠을 잘 때는 머리가 생각을 하고 명령을내려도 몸이 움직이지 않도록 신경을 차단시킵니다. 이것이 정상적으로 차단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머리만 깨고 몸은 깨지 않았을 때 가위눌림 현상을 겪게 되고, 반대로 머리와 상관 없이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은 몽유병이라고 말합니다. 

몸과 마음이 잘 쉬어야하는 것은 맞지만, 만약 머리가 완전히 쉬어버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무슨 소리가 나도 못 듣고 환한 빛이 내리쬐어도 인지하지 못할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깰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자다가도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서 잠에서 깨고, 눈꺼풀이나 피부, 후각과 같은 감각기관으로 밖의 상황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의 무의식이 쉼 없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의식은 카메라와 같아서 상에 담기는 모든 것을 봅니다. 그런데 의식은 내가 집중하고자 하는 대상만 의식합니다. 꿈을 꿀 때 내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것들까지 나오는 것은 무의식이 언제나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행은 뇌신경을 변화시킨다

사람의 머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작동합니다. 기본모드신경망이 있기 때문에 쉰다고 생각할 때도 당연히 딴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것을 조절하고 관리하는 것이 인지조절신경망입니다. 신경망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강화시키기도 합니다. 

수행은 신경망들이 나에게 유익한 일을 하는 쪽으로 강화시키는 훈련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수행하는 것은 몸 건강 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것이지요. 

인간은 타고나기를 맨 딴 생각하고 후회하고 걱정하게 되어 있지만, 다행히 이런 관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 또한 부여 받았습니다. 수행하는 것은 나의 뇌세포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고 나의 신경을 바꾸는 일입니다. 여러분이 조금 더 수행에 매진하게 되는 이유가 되기를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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