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는 마음

새해를 맞이하며 전하는 덕담.
인간은 이기적이다. 극한의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인 마음이 솟아난다. 그런가하면 잘 모르는 상황에는 오해와 편견에서 이기적인 생각이 피어오르는 때도 있다.
그러나 오해가 걷히고 오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들면, 미안함에서 다시 공감의 마음이 생겨나고는 한다. 사소한 계기일지라도 배려심과 자비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끔은 나를 위한 기도, 내 가족을 위한 기도가 아닌 남을 위하는 기도, 모두를 위한 기도를 하도록 하자.

#마음, 사랑, 자비, 행복, 희망

새해를 맞이하면서 사람들은 본인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덕담을 기대할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타행입니다. 오늘은 타인을 위하는 행위, 그리고 공감하는 마음에 대하여 이야기 하겠습니다.

이기적인 동물, 인간

인간이 이기적인 동물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아는 것과 별개로 피부로 느끼는 때가 있는데 저 같은 경우는 병원에 누워있을 때 그것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병문안을 오신 분들이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금방 털고 일어나니까 걱정할 것 없다. 주변에 스탠스 심은 사람들도 다 멀쩡하게 잘 살고 있다.” 그런데 당장 말할 기력도 없는 내 입장에서는 지금 내 아픔이 별 것 아니라고 하니 참으로 섭섭하더군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환자 입장에서는 자기 몸만 생각합니다. 내가 지금 얼마나 힘든지, 내가 지금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이해해주기를 바랍니다. 내가 상대방에게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내 상황에 공감해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정말 기력이 다 떨어지고 남은 힘으로 자기 자신을 어떻게든 지키려고 할 때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으로 생각하게 되는가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스스로의 그런 이기심을 보면서 머리 깎고 20년이 넘도록 자비를 공부하고 수행한 것이 아무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그때는 그런 생각도 안 들었습니다. 다만 지금 돌이켜보건대 큰 병을 겪고 나니까 나도 어쩔 수 없더라,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인 동물이더라 하는 것을 사무치게 알게 된 것입니다.

편견, 미안함, 공감

아시는 분은 아시지만 저는 2020년 1월 3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습니다. 바로 그 전날인 1월 2일, 약속이 있어서 절을 나섰는데 약속 장소에 조금 일찍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눈을 붙이려던 차에 같은 주차장에 있던 택배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언뜻 드는 생각이 ‘택배 차는 얼른얼른 택배를 나르고 이동해야지 주차장에 저렇게 있어도 되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바로 다음에는 ‘택배기사도 같은 사람인데 쉴 수도 있지 내가 왜 택배기사는 당연히 쉴 틈 없이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양심에 가책이 느껴졌습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갈수록 인공지능이다 4차 혁명이다 하는데 AI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은 어떡하지? 하고요.

바로 이어서는 이런 공감의 마음이 생겼습니다. ‘나는 이렇게 조금만 운전을 해도 힘든데 택배기사님들은 하루 종일 운전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그 무거운 짐들을 나르는데 얼마나 힘들까?’

어떻게 보면 최초에 택배기사에게 가졌던 편견에서 미안한 마음이 생기고, 그 미안한 마음에서 다시 공감하는 마음이 생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설령 그 계기가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러한 배려심과 자비심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이기적인 인간을 위한 덕담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인 동물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자기만 챙기는 마음 한쪽에서는 후회하고 반성하는 마음 역시 존재합니다. 이기적이기 때문에 다른 한편으로 남을 배려하고 동정하는 이타적인 마음이 생기는 것입니다.

인간이 이기적인 동물이라는 명제에 멈춰 서서 나 혼자 잘 되면 된다, 우리 가족만 잘 되면 된다라고 자신을 합리화 시키면 안 됩니다.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남에 대한 배려심과 동정심, 자비심을 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있다면 그것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이 자리에 오신 것은 여러분들 개인의 행복과 가족의 건강, 가족의 행복을 빌기 위한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됩니다. 그런 마음에 조금만 덧붙여서 남을 위하는 마음, 내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마음, 말하자면 우리가 편하게 살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축원하는 마음을 가지고 올 한해를 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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