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성제와 팔정도 ③ – 사성제의 구조 2

고집멸도 사성제의 네 가지 흐름에 문답 형식으로 접근하는 법. 고성제는 결과, 집성제는 결과가 일어난 원인이다. 멸성제는 결과, 도성제는 결과에 도달하는 방법이다. 원인과 결과가 무엇인지, 결과는 어떻게 또다른 원인이 되고 결과를 일으키는지를 제시한 것이 무명, 행, 식, 명색, 육처, 촉, 수, 애, 취, 유, 생, 노사의 12연기이다. 연기법을 제대로 이해하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즉 팔정도에 이를 수 있다. 연기법과 팔정도를 이해하고 체득하는 것이 불교의 모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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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경전은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고집멸도 사성제의 네 가지 흐름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는 묻고 답하는 형식을 대입해보는 것입니다. 

일반 경전은 제자들이 묻고 부처님이 답하는 형식입니다만, 사성제는 오비구에게 처음으로 한 설법이기 때문에 비구들이 물어볼래야 물어볼 수 없습니다. 때문에 사성제의 내용 자체를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고 질문하시고, 다시 말씀하시고 질문한다는 형식으로 들여다보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르침 – 질문 – 가르침 – 질문의 구조

사성제의 처음은 고성제입니다. 부처님이 이야기합니다. 

“내가 때닫고 보니 중생들의 세계에서는 존재 자체가 고통이다. 중생들은 괴로움과 함께 태어나고 괴로움과 함께 생활하고 괴로움과 더불어 살다가 죽는 존재다. 때문에 일체는 괴로움이다.”

이 말을 들은 오비구들은 잘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나는 인정이 되지 않습니다. 인간이 살다 보면 즐거울 때도 있고 즐겁지도 괴롭지도않을 때도 있는데 어떻게 우리 존재 자체가 괴로움이라고 이야기합니까?”

여기에 대해 부처님이 설명하시는 것이 괴로움이 일어나는 것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 집성제입니다. “모든 괴로움은 오온에 대한 애착과집착과 갈애에서 나온다.” 이 집성제의 내용이 바로 연기법입니다. 연기법의 기반이 되는 12연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무명(無明)·행()·식()·명색(名色)·육처(六處)·촉()·수()·애()·취()·유()·생()·노사(老死)

부처님이 말씀하신 갈애가 12연기에서는 촉, 수, 애에 해당합니다. 이것을 알게되면 두 가지 반응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이 괴로움이라면 우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괴로움의 바다에서 벗어날 수가 없겠구나! 참 답답하다.” 또는 “무언가 대안을 제시해야지 무조건 모든 것이괴로움이라고 하면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의 답이 멸성제입니다.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있고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을 북돋아주는 겁니다. 여기에서 고통을 멸하는 길에 이르는 성스러운 진리, 도성제로 연결됩니다. 

즉 사성제는 부처님이 고성제를 이야기하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질문하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하고, 그 방법을 일러주는 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결과와 원인이 한 세트

불자들이 헤매는 지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고성제, 집성제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갑자기 멸성제가 튀어나오니까 연결이 잘 안 됩니다. 멸성제 다음 도성제는 흐름상 자연스럽지요. 이 말은 사성제가 고-집으로 한 세트 멸-도로 한 세트씩 나눠져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세트들은 각각 결과와 원인, 인과 관계로 구성됩니다.

고성제 집성제는 이 세계가 어떠하다는 현실 진단을 하는 단계입니다. 병을 진단하고 병의 원인을 분석하는 거예요. 고성제는 괴로움이있다는 결과이고 집성제는 이러한 결과가 나오게 된 원인입니다. 

멸성제 집성제는 괴로움을 소멸하고 열반에 이르는 길에 대한 안내입니다. 멸성제에서는 열반을 증득할 수 있는 해결책이 있다는 것을 일러줍니다. 멸성제는 결과이고 도성제는 이러한 결과가 나오게 된 원인, 즉 팔정도를 닦으면 열반에 이를 수 있다는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것이지요.  

고성제와 집성제가 현실 세계를 보여준다면 멸성제와 도성제는 이러한 현실을 벗어나서 도달할 수 있는 이상적인 세계를 보여줍니다. 고성제와 집성제는 부처님의 눈으로 중생세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고, 멸성제와 도성제는 이 세계를 벗어난 결과[이상세계]와 그 결과에도달하는 원인입니다. 

고성제는 결과이고 집성제는 원인입니다. 멸성제는 결과이고 도성제는 원인입니다. 이렇게 보면 원인은 원인끼리, 결과는 결과끼리 짝을지을 수 있습니다. ‘현실세계는 고다.[고성제] 고성제를 벗어나면 열반의 세계가 펼쳐진다.[멸성제]’고 하면 결과끼리 짝 지은 것이고요. ‘현실세계가 고인 이유는 무엇인가? 갈애 때문이다.[집성제] 갈애를 벗어나 열반에 이르기 위해서는 팔정도를 수행하면 된다.[도성제]’고 하면원인끼리 짝 지은 것입니다.  

고통/번뇌의 원인과 결과를 찾는 것이 12연기

앞서 집성제를 간단하게 갈애라고 표현했습니다만, 펼쳐서 이야기하자면 집성제란 연기입니다. 고통이 발생하는 과정이 바로 연기입니다. 고성제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이 괴로움이라며 언급하는 것이 사고(四苦)와 팔고(八苦)입니다. 사고는 생로병사입니다. 12연기의 마지막은 무엇입니까? 생, 노사입니다. 12연기의 마지막 세 가지가 생로병사의 네 가지 괴로움 중 세 가지와 겹칩니다. 

생, 노사의 괴로움이 무엇을 조건으로 하여 생기는가? 12연기의 앞부분을 쭉 거슬러 올라가면 무명에서 출발합니다. 무명을 조건으로 하여 행이 발생하고 행을 조건으로 식이 발생하고 이렇게 진행되다가 나중에는 유를 조건으로 하여 생이 발생하고 생을 조건으로 하여 노사가발생합니다. 

다시 말해 고통과 번뇌는 어디에서 오는가? 무명에서 발생합니다. 번뇌의 뿌리는 무명입니다. 이것을 구체적으로 12단계를 거쳐 설명하는 것이 12연기입니다. 연기라는 것이 따로 있고 번뇌가 따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무명에서부터 괴로움이 발생하는 과정을 연기의 유전이라 합니다. 

12연기를 순서대로 보면 순관, 이것을 거꾸로 보면 역관이라 합니다. 집성제는 12연기를 순관한 것입니다. 12연기의 유전연기입니다. 도성제는 12연기를 역관한 것입니다. 괴로움을 없애려면 팔정도를 통해서 앞선 조건들을 없애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12연기를 역관해서들어가는 것이 팔정도입니다. 원인은 놓고 봤을 때 집성제와 도성제는 12연기를 이야기합니다. 순서대로 보는지 순서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지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연기)법을 알고 (팔정)도를 얻는다

사성제는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인생은 괴로움이다. 괴로움을 없애려면 수행을 하라.” 그냥 열심히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12연기에입각하여 수행하라는 겁니다. 도를 닦는다는 것은 ‘오늘부터 도를 닦겠어.’ 하고 산속에 들어가 혼자 열심히 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일상의 순간순간, 예를 들면 화가 날 때, 슬플 때, 괴로울 때, 우울할 떄, 불안할 때, 걱정이 될 때, 기분이 좋을 때, 행복할 때 모두가 나와함께하고 있는 괴로움이라는 것을 아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이러한 감정들이 생기는 것은 우리 중생들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는 속성입니다. 이러한 번뇌가 괴로움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이 바로 수행할 때라는 것을 사성제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불교에 ‘법을 알고 도를 얻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연기법을 알고 팔정도를 얻었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불교의 전부입니다. 연기법을 안다는 것은 나의 삶이 왜 만족스럽지 못하고 고통스럽고 힘들고 괴로운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즐거우면 즐거울수록 더 많이 집착하게 되는원인을 스스로 아는 것입니다. 

순간순간 왜 이런 마음이 생기는가를 연기법을 통해 이해하고, 이런 번뇌에서 벗어나야겠다는 마음을 낸 후에 팔정도를 통해 열반을 얻는것이 사성제의 가르침입니다. 연기법을 알고 팔정도를 얻는 것, 이것이 바로 불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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