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의미 1

우리는 나를 기준으로 부모와 자식을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가족 혹은 식구는 흔히 한 집에 같이 사는 사람을 의미한다. 1인 가구가 전체의 40%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같이 살지 않는 가족에 대해 ‘우리 가족’ ‘우리 식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진짜 가족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어떤 사람들은 실제 가족이 아닌데도 가족처럼 한 지붕 아래에서 살아간다. 가족은 이러해야 한다는 통념에 너무 빠지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부처님은 대중처소에서 살지 않고 혼자 수행하는 수행자에게 혼자 사는 미덕에 대해 말씀하셨다. 혼자 사는 사람은 소유와 집착을 버려야 한다. 우리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조차 소유하려고 한다. 나 자신에 대해 소유하려고 한다. 이런 소유에 대한 탐욕과 갈애를 버릴 때 오롯이 혼자 살아갈 수 있다.

#가족, 공동체, 소유, 출가

우리 집 가족사진

오랜만에 3일 동안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거의 십 년만에 속가 모친을 만나뵙고 왔습니다. 해서 오늘은 우리시대의가족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흔히 떠올리는 가족과  실제 우리시대의 가족의 모습이 어떻게다른가를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보겠습니다.

속가 모친이 올해 86세이십니다. 얼마전에 문득 생각이 나가서 나이가 어떻게 되나 생각해 보니까 얼마인지모르겠어요. 헤아려 보니까 벌써 나이가 그렇게 되셨더라고요. 한번 얼굴의 뵈어야되겠다 해서 한 십 년만에 인사를 드리고 왔습니다. 

모친은 김해 아파트에서 혼자 사시고 형님과 동생 내외도 같은 동네에 각각 살고 있습니다. 동생 내외가아침저녁으로 모친네 집에 들르고 있더라고요. 모친의 집에서 이틀밤을 잤는데, 거실에 보니까 가족사진이 있는 겁니다. 드라마에 보면 거실에 가족사진을 크게 걸어 놓지 않습니까? 그렇게 가족사진이 걸려 있었습니다. 저는 사실우리 가족도 저런 걸 하는구나 이번에 가서 처음 알았습니다. (웃음)

어머니부터 형제들, 그 밑의 조카들까지 함께 서서 찍은 사진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그걸 보고 저는 ‘우리가족사진이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지요. 그 사진은 6년 전 속가 모친의 팔순 생일 때 가족들이 모인 김에 사진을 한번찍어두자 해서 찍은 것이랍니다. 

당연히 ‘우리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한편으로 그게 왜 우리 가족인가? 라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엄밀하게 따지고보면 저는 출가외인이니까 공식적인 가족 구성원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저는 당연히 그걸 찍었는지도 모르고, 공식적인가족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사진에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우리 가족’이 아닌 것이죠. 

내 기준으로 보면 부모가 되는 우리 모친이 사진속에 있고, 형제로는 누님과 형, 동생이 있고, 조카 남매들의 자식들이렇게 3대가 한 가족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가족이라 표현할 때는 최소한 2대가 있어야 합니다. 부부가둘이 달랑으면 그냥 부부라고 말하지 가족이라는 표현은 잘 안 씁니다. 기본적으로 위로는 부모, 아래로는 자식 이렇게3대로 구성이 되어있으면 가족으로서의 어떤 요건을 갖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우리 형제들을 기준으로 부모와자식 3대가 있는 우리 가족의 모습을 그 사진을 통해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상당히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더라고요. 

가족의 의미… ‘우리’ 가족은? 

가족은 원래적 의미에서 한 집에 같이 사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런데 가족 구성원들의 가구수를 세어보니까 사람은 12명인가 되는데 가구수가 7가구인 겁니다. 먼저 속가 모친이 혼자 사시고, 형님 내외, 누님 내외, 동생 내외, 그 다음에결혼한 아이들도 있고 아닌 아이들도 있으니 7가구가 되는 거예요.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우리 가족이라고 하면 같이 산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데 실제 현대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가구수라는 말을 자세히 보면 일종의 식구 개념입니다. 한솥밥을 먹는 식구 말입니다. 따로 살면서한솥밥을 세 끼 같이 먹을 수 없잖아요. 

한 지붕 아래 먹고 자고 하는 사람들이 식구입니다. 한솥밥을 한상에서 같이 먹는 사람들이 식구예요. 우리 증심사에서계신 스님들은 식구입니다. 한 지붕 아래에서 같이 자고 같이 먹습니다. 시차를 두고 먹는 것도 아닙니다. 발우공양을하기 때문에 시작과 끝을 같이 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보면 요즘 말로하면 오리지널 식구죠. 그런데 우리는 가족은아닙니다. 가족은 핏줄로 맺어진 인연이어야 하니까요.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할 때 혈연이면서 동시에 식구인 경우를 가족이라고 합니다. 이게 우리들의 상식이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잠시 자식이 서울에서 직장을 다녀 따로 살고 있지만 우리는 가족이다.’ ‘지금은 같이안 살아도 우리는 가족이야.’ 이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가구수는 7가구일지라도 우리는 한가족이라는 마인드를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지고 있습니다.

법문을 하고자 오늘 아침에 인터넷을 들어가서 조사를 해봤습니다. 우리나라 가구 분포가 어떻게 되는가 보면, 1인가구수가 전체의 약 40%(39.5%)입니다.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4명은 혼자 산다는 겁니다. 통계가 그렇습니다.학생들이나 잠깐 외지에 나와 사는 사람들이 주민등록을 옮기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현실은 이보다 더 많을 겁니다. 이 양반들이 다 1인 ‘가구’라고 해서 각각이 다 자기 1인 ‘가족’인가? 그건 아닙니다. 누군가의 아들 딸 동생 형 부모일겁니다. 

시간을 한 오십 년만 거슬러 올라가 봅시다. 50년 전에는 우리가 다 한 집에서 한 상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살림살이가넉넉하지 못하니 겨울에는 방이 여러 개여도 한 방만 불을 떼고 잤어요. 근데 지금은 그렇게 안 삽니다. 다 따로따로나가서 삽니다. 우리가 마음으로 생각하는 3대에 걸친 가족하고 실제 사는 동거인하고는 맞지 않습니다. 머리속으로생각하는 가족하고 실제 가족하고 이미지가 맞지 않아요. 그런데 우리는 이미지를 당연하게 생각해요. 먼저 이 사실을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짜 가족이 진짜 가족 같은 <어느 가족>

일본 영화에 <어느 가족>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재개발되어서 깨끗한 동네에 이 집만 옛날 집 형태로 한 채가 남아 있습니다. 거기에 가족이 살고 있어요. 할머니 부부와 자식들 3명이 살고 있는데 이사람들이 직업이 없습니다. 할머니가 타는 연금으로 가족이 먹고 살아요. 가난하죠. 밥먹을 때도 상 하나에 모여서 밥을먹고요.

근데 사실은 이 가족이 혈연으로 맺어진 진짜 가족이 아닙니다. 그 집은 할머니집이 맞는데 다른 사람들은 이런 저런사연으로 같이 그냥 살게된 거에요. 실제로 가족이 아닌데 가족처럼 살고 있습니다. 사이비 가족이죠. 영화를 보면 애들이 학교를 안 갑니다. 왜냐하면 길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불쌍해서 데려왔는데 그 애가 누군지를 모르는 겁니다. 부모님들도 직업이 없어서 밖엘 안 나갑니다. 그러니까 가족들이 하루종일 같이 있는 거에요. 같이 놀고 같이밥 먹고 같이 바다에 놀러 가고. 어떻게 보면 진짜 가족보다 더 우애가 깊고 화목합니다. 

그런데 동네 사람들은 이 사람들이 불편합니다. 저 사람들이 사실 불법 점거해서 살고 있는 노숙자들이라고 봅니다. 옛날 집을 뜯고 개발을 해야 땅값이 오르니까 재개발을 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그 가족들이 집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이 영화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요? 진짜 가족은 전혀 가족 같지 않고 오히려 사이비 가족, 가짜 가족이 더 가족같은시대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도분들이 절에 나와서 기도를 할 때 대게 가족을 위해서 기도를 합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서 생각해봅시다. 남편사업이 잘 되게 해달라고 성심성의껏 기도를 한다고 칩시다. 근데 내가 기도하는 시간에 남편은 낚시를 가요. 고기를잡기만 합니까? 회도 떠 먹고 매운탕도 끓여 먹습니다. 아내가 절에 가서 열심히 기도할 때 남편은 살생을 하고 있는거죠. 같이 사는 가족인데 보살님은 절에서 기도를 열심히 하면서 선업을 짓는데 남편은 낚시하러 가서 악업을 막 짓는거예요. 그럼 이 보살님이 지은 선업은 누가한테 가겠습니까? 남편에게 가겠습니까 본인에게 가겠습니까?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가족이라는 게 실제 생활과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이 지금 우리 시대의 큰 문제입니다. 가족이식구로 같이 산다고 해도 한 상에서 같지 밥 먹기가 힘들어요. 하루종일 있어봐야 부모와 자식이 함께 밥 먹을 일이 없습니다. 말은 식구인데 식구가 아닌 거죠. 그래서 <어느 가족> 같은 영화가 나온 걸 겁니다. 진짜는 가짜 같고 가짜는진짜 같은 세상이 지금 세상이라고요. 

부처님도 1인 가구… 혼자 사는 사람의 미덕은?

이 지점에서 한 가지 고민할 것이 있습니다. 부처님은 가족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은해탈과 열반, 그리고 중생 구제를 위해 가족을 떠나 출가했습니다. 그런데 왕비와 자식의 입장에서 부처님은 무책임한남편이고 무책임한 아버지입니다. 

불교에서는 가족을 어떻게 보는가? 왜 부처님은 가족이라는 인간들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를 출가라는 행위를 통해몸소 부정했는가? 여기에 대해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가족이 화목해야 하고 배려해야 하고 위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정작 자신은 가족을 버리고 갔다? 말이 앞뒤가 안 맞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불교에서는 제시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사실 또 다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오늘 하기에는 너무 길고요. 다음 초사흘 법회 때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이런 정도의 이야기를 해보죠. 

지금 사회는 1인 가구가 지배적입니다. 가족은 이러해야 한다는 일종의 통념에 너무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현실을 인정을 하고 혼자 사는 사람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만 가지고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부처님 당시에 어떤 수행자가 대중 처소에서 수행하지 않고 혼자서 수행했습니다. 혼자 탁발하고 혼자 수행하고혼자 처소를 만들어서 생활하니까 다른 수행자들이 부처님을 찾아가서 말했습니다.

“저 수행자는 혼자서만 수행을 합니다.” 이면에는 ‘부처님이 혼내주십시요.’라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겠지요. 그런데 부처님은 홀로 수행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셨어요. 어차피 수행은 혼자 하는 거니까요. 그러면서 부처님이 홀로사는 것을 어떻게 완성할 것인가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과거를 버리고 미래를 바라지 않으면 현재는 자신의 소유에 대한 욕망과 탐욕을 버려라.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면혼자 살아가는 삶을 완성할 수 있다.” 이어지는 게송은 이렇습니다. “모든 사물에 물들지 않고 모든 것을 버리고 갈애를부수어 해탈하니 나는 그를 홀로 사는 이라 부르네.”

시간과 공간, 나 자신에 대한 소유욕 

누군가 혼자 살겠다고 하면 소유하지 말고 집착하지 말라는 겁니다. 2,500년 전에 부처님이 하신 말씀인데 사실은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왜 우리 시대에 1인 가구가 주를 이루는가? 결국 다른 게 아닙니다. 아무리같은 식구, 가족이라도 방해받는 게 싫고 자유롭고 싶다는 겁니다. 이러한 자기 중심적인 사고가 있습니다. 

또 사회가 혼자 사는 것을 조장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여러 명이 한집에서 살기보다 각각 따로 살면 건설회사도돈을 벌고요. 자동차 회사도 돈을 벌고 가전제품 회사도 돈을 법니다. 각자가 개인의 이익, 욕망에 충실하다 보니까우리도 모르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다들 나홀로 가구가 되어있는 거예요. 

집에 들어가면 반기는 사람이 없습니다. 가족이 있다고 하지만 멀리 있어서 가끔 봅니다. 심심하고 외로워요. 왜심심하고 외로운가? 그 이면에는 뭔가를 소유하고 집착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 마음이 없다면 과연 내 안에외로운 마음이 있을까요? 내가 어떤 사람이든 물건이든 내 지배 하에 두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허전하고 상실감을느끼고 그래서 외로운 겁니다. 

혼자사는 사람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소유와 집착을 버리는 것입니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련, 미래에 대한기대나 희망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시간을 지배하고 싶어 하는 마음의 발로입니다. 과거를 내 마음대로 나한테 좋은 것만 기억하고 싶은데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겁니다. 괴롭고 슬픈 일이 계속해서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나를 괴롭히는거예요. 

미래를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하고 싶은데 어떻게 될지 몰라서 불안해요. 미래에 대해 기대하지 않으면 불안하지가않습니다. 미래를 지배하고자 욕심을 내니까 앞날이 불안한 거예요. 지금 현재는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현재 자신의소유에 대한 욕망과 탐애를 버려야 합니다. 시간에서조차 소유하고자 하고 집착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면 우리의 삶을완성시키지 못합니다. 공간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고요. 

제일 근본적으로는 내 자신에 대한 소유욕입니다. 내가 제일 소중하다. 나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나는 항상행복하고 싶다. 자기 자신에 대한 애착도 집착입니다. 넓은 의미의 소유욕입니다. 이런 마음이 있으면 홀로 있는 삶이완성되지 못합니다. 

부처님 말씀이 때로는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 같습니다. 그래서 가슴에 와닿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이야기한것처럼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보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그러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지 못하는 게 아니고 보려고 하지 않기때문에 부처님 이야기가 뻔한 것 같고 당연한 것 같이 느껴지는 겁니다. 현실을 직시하고자 한다면 부처님 말씀만큼우리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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