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의미 3

가족 속 형제자매의 관계를 조명한다. 2021년 11월, 고인의 형제 자매에게 돌아가는 상속 유류분 권리 조항 삭제가 예고됐다. 대가족적 관념이 남아있던 과거와 달리 핵가족마저 깨져 1인 가구가 주류가 된 사회상이 법적인 측면에도 반영된 사건이라 하겠다.
가족관계의 핵심은 직계존속과 직계비속 등 수직적인 관계에 있다. 형제 자매는 수평적인 관계로 부모를 통한 간접적인 혈연이기 때문에 늘 갈등의 소지를 가지고 있다.
형제 자매간의 관계에서 갈등을 줄이는 방법은 가족, 식구라는 특별한 관계성보다 일반론적 인간관계에 의거하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관계성 때문에 각별한 집착이나 소유욕, 지배욕으로 상대방을 대하지 않는지 각별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갈등 상황이 나의 감정에서 비롯된 것인지 상대방의 행동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 내 감정은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타인에게 교정을 강요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가족, 감정, 공동체, 알아차림

형제자매의 상속권 조항 삭제

오늘의 가족의 의미 세 번째 시간으로, 실제 현실에서 접하는 가족들의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오늘 뉴스에 법무부에서 상속권 개정에 대한 내용이 나왔습니다. 유류분에 한해 형제자매가 상속할 권리가 들어가 있는 조항을 삭제하겠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분이 사망을 하면 재산이 있는 경우에 상속을 하게 되는데, 형제나 자매들도 유류분 즉 남은 재산 중에 1/3까지 상속받을 수 있다고 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만일 내가 어제 로또에 당첨되어서 10억이 생겼는데 당첨되자 마자 죽어버렸다면 이 10억을 우선순위 직계 비속, 직계 존속, 그 다음 형제자매에게 상속하게 됩니다. 만약 내가 유언을 하기를 이 전 재산을 증심사에 기증하겠다고 해도, 법적으로는 형제자매가 1/3까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겁니다. 

이런 법은 1977년도 민법이 개정되면서 생긴 이래 지금까지 40년 넘게 망자의 재산에 대해 형제 자매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되어왔습니다. 왜 이런 조항이 만들어졌을까요?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실질적으로 핵가족 사회였습니다. 나를 기준으로 위로는 부모님 아래로는 자식이 구성되어 있는 가족 형태였습니다. 

핵가족 형태를 띠고 있지만 여전히 대가족의 관념이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집안에 장남이 있으면 당연히 동생들이 학업을포기하고 장남의 학업을 위해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당시 사회 통념상 대가족적인 관념이나 인식이 여전히 존재했기 때문에 형제자매에대한 법적인 보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점차 핵가족화 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형제자매까지 망자와 평생을 함께 살아오면서 가족으로 역할했으니 그 권리를 보장해주자는 법이 1977년도에 생긴 겁니다. 

사회에 변화 따라 법도 변한다

이번에 그 조항을 빼게 된 것은 세상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핵가족도 주류가 아닙니다. 1인가구가 우리나라 가구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핵가족마저 깨져 1인 가구가 대세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과거 대가족이라는 사회 통념에 근거해 만들어 둔 법 조항이 더이상 역할하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평생 얼굴 한 번 안 보고 지내던 삼촌이라는 사람이, 생전 교류도 없었던 큰아버지라는 사람이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나타나서 재산을가져가는 상황이 왕왕 생깁니다. 핵가족마저 붕괴되어가고 있는 이 시대상에 맞춰서 대가족을 고려해서 만든 법 조항이 오히려 악용되고있으니 현실에 맞게 법을 개정한 겁니다. 이렇게 법무부에서 2021년도 11월 10일자로 입법예고를 했습니다. 이것은 우리 시대상이 어떠한가를 법이 나타내주는 하나의 단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법이라는 것은 실은 상당히 보수적입니다. 사람들의 생각보다 먼저 변하는 것이 법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이 다 변하고 나면 거기에맞춰서 변하는 것이 법입니다. 핵가족이 깨지고 1인 가구 중심으로 가고 있다는 현실을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가족, 형제 자매의 관계

앞서 ‘가족의 의미 1’을 통해서는 가족보다 개인 중심으로 우리 사회가 변화하고 있으며, 홀로 살아가는 시대에서 어떤 마음을 가져야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가족의 의미 2’에서는 불교에서는 가족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았습니다. 부부간에는 도반의 관계가 되어 배우자의 수행을 지원하고 함께 수행해야 하고, 부모 자식간에는 부모가 자식의 정신적인 스승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식이 정신적으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역할해야 한다고 부처님께서 경전에서 이야기 했다고 했습니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이 느슨해지면서 템플스테이가 다시 가동되고 있습니다. 템플스테이에 참여하는 젊은 친구들과 차담을 해보면, 형제 자매간의 갈등으로 고민하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예를 들면 오빠가 너무 밉다거나, 동생이 너무 철이 없다거나. 내 의사에 반해 함께 살아야 하는데 같이 지내는 게 너무 괴롭다는 거지요. 

생각해보면 부모와 자식은 수직관계입니다. 수평적인 관계는 형제, 자매, 남매간의 관계입니다. 형제 자매에 대해서는 경전이나 여타다른 분야에서도 별다른 언급이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법무부의 법 개정 내용도 수직적인 관계에 대한 권리를 남겨놓고 수평적인 관계의 권리를 삭제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여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가족의 관계에서 핵심은 사실 수직적인 관계입니다. 내 자식, 내 자식의 자식, 내 부모, 내 부모의 부모처럼 수직적인 관계가 통념적으로 생각하는 가족이고, 수평적인 관계는 일정 기간 식구로서 같이 생활을 하는 관계입니다. 

혈연 내려놓고 인간관계 일반론으로  

첫 시간에 가족이란 혈연 + 식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혈연 역시 수직적인 관계입니다. 수직적인 관계는 피를 나눈 가족이 맞습니다. 그러나 수평적인 형제 자매 관계에서는 부모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피를 나눴습니다. 

수천 년에 걸쳐서 ‘형제 자매는 우애가 좋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수평적인 관계는 본질적으로 직접적으로피를 나눈 관계가 아니라는 데에 있습니다. 과거에도 지금도 형제 자매는 노력을 통해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남매간에 갈등이 큰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족이니까 사이가 좋아야 한다’는 전제를 빼고 인간관계 일반론에 입각해 접근해야합니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게 허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이 아니라 일반적인 관계라고 했을 때, 내가 누군가가 너무 밉지만 어쩔수 없이 일정 기간을 같이 살아야 한다고 가정해보면 어떨까요? 직장 동료일 수도 있고 룸메이트일 수도 있지요. 내가 싫다고 해서 떨어질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럴 때는 이런 생각을 해야 합니다. ‘밉다’는 감정은 분노의 범주에 속합니다. 미워하는 것이든 화를 내는 것이든 좋아하든 싫어하든결국은 나의 감정입니다. 내 감정은 내가 만든 겁니다. 

똑같은 사람을 대할 때 A라는 사람은 좋은 인상을 가지고 좋게 대하는데 B라는 사람은 똑같은 사람을 미워하고 싫어합니다. 결국은 A와 B의 감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감정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다. 공기를 타고 세균처럼 우리 몸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다. 

감정은 내가 만든 것입니다. 다만 원인을 누가 제공했는가가 문제이지, 감정 자체는 내가 만든 것이므로 감정을 해결하는 것도 남이 해줄 수 없습니다. 내가 해야 합니다. 감정은 내 안의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감정은 내가 해결해야 할 내 문제

만약 어떤 문제가 내 밖의 문제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누군가의 말투 때문에 내가 괴롭다면 문제가 되는 말투는 내밖의 문제이고 괴롭다는 감정은 내 안의 문제입니다. 내 밖의 문제는 내가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오빠의 말투를 좀 고쳐봐.” 라고 했을때 그것을 수용해준다면 참 좋겠지만 그러기가 어렵습니다. 또 내 밖의 문제이면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고 할 때도 나나 몇몇 사람의 목소리만으로는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내 안의 문제는 다릅니다. 그러니 문제 상황에서 이것이 내 안의 문제인지 밖의 문제인지를 잘 구분하는 것이 첫째 중요합니다. 그것이 지혜이고, 지혜를 발휘에서 내 안의 문제를 먼저 잘 다스려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명한 처세술입니다. 이것은 가족관계를 비롯해 광범위한 인간관계에 적용됩니다. 내 안의 문제를 두고 내 밖의 대상에게 탓을 하고 화를 내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같이사는 가족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습니다. 

걱정의 뿌리는 지배욕?

두 번째, 가족이고 식구니까 걱정을 많이 합니다. 그 걱정의 이면을 들여다 봅시다. 거기에는 내 가족이고 내 식구니까 이러이러하게행동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습니다. ‘대학생이라면 대학생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은 내 생각입니다. 동생의 생각이 아닙니다. 내 생각 대로 동생이 움직여주기를 바라는 것은 내가 내 동생을 지배하고자 하는 겁니다. 이러한 지배욕구는 근본적으로 따지고 보면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나옵니다. 내 마음 대로 상대방을 움직이려고 하는 것은 ‘저것은 내 것이다’는 지배욕구에서 출발합니다. 

가족이라는 바탕이 깔려있으면 자연스럽게 애착이 생깁니다. 다만 그것이 집착이나 소유욕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이 인간을 소유하려는 지배욕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내 마음을 잘 관찰하고 다스려야 합니다. 집안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같은 가족에게, 다른 사람에게 자기 생각대로 할 것을 요구하기 전에 내 안에 소유욕이나 지배욕이 있는가를 먼저 관찰하고 그런 마음을 털어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가 봐도 동생이 방탕하고 무책임이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 뜻대로 움직이라고 요구하고 강제해서는 안 됩니다. 애정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안하는 것과 지배욕으로써 상대방을 움직이려고 하는 것은 다릅니다. 가족일수록 사랑이 넘쳐서 애착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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