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불교

올바른 삶의 기준

나, 제대로 살고 있나?

살다보면 인생을 잘 살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내 생각에는 그럭저럭 남부끄럽지 않게 살아온 것 같은데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인생을 잘 살고 있는지를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까요? 기준이 있다면 답이 나올 것입니다. 오늘은 인생을 잘 살고 있는지, 그 기준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며칠 전에 가벼운 산행을 했습니다. 무등한 봉황대에서 토끼등으로, 토끼등에서 바람재로, 바람재에서 넛재까지 간 후에 원효사로 하산했습니다. 출발할 때는 가벼운 산책으로 생각하고 나선 길입니다. 바람재에서 지산유원지 방향으로 내려오다가 증심사 버스 종점으로 내려오려고 했는데 졸지에 원효사까지 가버린 것입니다.

돌아올 길이 막막하여 관음사에 사는 도반스님에게 연락해서 저녁을 얻어먹고 차를 타고 증심사로 돌아왔는데요. 돌아와 곰곰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왜 내가 의도한 바대로 가지 않고 잘못된 목적지에 다다랐던 것일까?

잘못든 길

먼저, 그동안 여러 번 가본 바람재까지 간 후에 제대로 주변을 살펴서 이동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지산재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보이지 않아서 가던 길로 가면 되겠거니 하고 직진했습니다. 한참 가다보니 내리막길이 나와야 하는데 자꾸 산이 깊어지는 것입니다. 그때라도 ‘길을 잘 못 들었나?’ 하고 확인을 했어야 했는데, 잠깐 스쳐가는 불안감을 모른 체 하고 ‘가다보면 어떻게 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걸었습니다.

하물며 지나가는 길에 ‘원효분소 2KM’라는 표지판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 표지판을 봤다면 원효사가 아닌 지산재로 향하는 방향을 다시 찾았어야 했는데 별 생각 없이 넘어가버렸습니다. 그리고 눈앞에 원효사가 나타났을 때에야 ‘아! 길을 완전히 잘못 들었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니 완전히 잘못된 목적지에 당도하기까지 여러 번의 신호가 있었습니다. 산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고, 원효분소 방향이라는 표지판을 봤습니다. 그런데도 그것을 무시하고 걸어가던 관성대로 걸은 것입니다.

길잃음의 네 가지 요소

첫째. 옛말에 어리석은 사람은 쌀이 아닌 모래로 밥을 짓는다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어리석은 사람이 알면서 모래로 밥을 지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또 원효스님이 이런 말씀을 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동쪽으로 가고자 하면서 서쪽으로 가고 있다.’ 그렇다면 어리석은 사람이 길을 잘못 든 줄 알면서 서쪽으로 가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모르니까 그렇게 합니다. 왜 그럴까요? ‘내로남불’이라는 시쳇말이 있지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인데요. 왜냐하면 내가 하는 것은 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둘째. 내가 길을 헤맬 때 만약 누군가가 ‘바른 길로 가고 있습니까?’ 묻고서 ‘이 길이 아니라 저 길로 가야 합니다.’ 알려주고, 목적지까지 동행해준다면 잘못 든 길 중간에서라도 바른 길을 찾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올바른 길을 제시하고 안내해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길을 잃게 된 것입니다.

셋째. 산책 이후에 무언가 중요한 계획이나 일정이 있었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길을 찾으려고 하고, 길을 잘못 들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산책길에 오른 나는 그런 절실함이 없었습니다.

넷째. 만일 내가 평소에 수시로 나의 행동반경과 위치를 확인하는 습관이 있었다면 길을 잃지 않았을 것입니다.

위의 네 가지 이유로 산책길에서 길을 완전히 잘못 든 것입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길을 잘못 든 덕분에 그전에 몰랐던 새로운 길 하나를 알게 되지 않았느냐고요. 또 오랜만에 도반을 만나 반가운 시간을 보냈으니 잘못된 길이라고 볼 수 없다고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만약 이 여행이 잠깐의 포행길이 아니라 다시는 할 수 없는 경험, 지금 이 몸으로 행하는 단 한 번의 인생 여정이라고 생각하면 그래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한 번의 경험으로 두 번째 다시 잘 가볼 수 있는 문제라면 모르겠지만 나에게 주어진 오직 한 번의 기회, 딱 한 번만 살아볼 수 있는 인생이라면 달리 생각해야 합니다.

당신 인생의 목표는?

한편, 인생에 목표가 있어야만 하느냐고 누군가는 반문할 수 있습니다. 인생을 살 때 매순간 충실하면 되고, 어디로 가더라도 내가 행복하면 된다고 말입니다. 즉 인생에 목표라는 것이 없으므로 처음 계획과 잘못된 길로 가더라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을 가만히 보면 살아있는 우리가 행동하는 것의 궁극적인 목표가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목표입니다. 불행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 합니다.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행복하고 싶다는 것이 단 하나의 궁극적인 인생의 목표이자 이유입니다. 살아가는 목적, 삶의 원칙, 살아가는 자세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표현은 여러 가지로 할 수 있지만 단 한 가지,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살아갑니다.

우리가 어떤 길을 가야하는가, 올바른 인생길에 대한 정답은 이미 나와 있는 것입니다. 그 길의 안내자도 이미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안내자는 부처님입니다. 부처님이 우리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했습니다. 당신이 가르친 대로 인생을 살면 영원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불교적으로는 깨달음이며 열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올바른 인생의 네 가지 기준

서두에 질문을 던졌습니다. 지금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가? 하고요. 이 질문의 답을 알 수 있는 기준은 첫 번째, 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스승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그 스승이 부처님입니다. 여러분에게는 다른 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스승이 있는가를 스스로 자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스로 물었을 때 ‘없다’고 한다면 스스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해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마치 제가 원효사로 걷고 있으면서 지산유원지로 가고 있다고 믿은 것과 같습니다. 내 발로 불행의 길을 걸으면서도 스스로는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스승에 대한 믿음과 스승이 제시한 길에 대한 절실함입니다. 내 앞에 부처님이 있다고 하더라도 부처님이 제시하는 그 길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믿음이 있기 위해서는 확고하게 올바른 길로 가고자 하는 절실함이 있어야 합니다.

내게 아무리 훌륭한 스승이 있다 하더라도 스승에 대한 믿음이 없거나 스승이 제시한 길에 대한 절실함이 없다면 내가 지금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내가 지금 행복한지, 내가 행복한 길로 가고 있는지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행복하다는 것은 나의 착각이고 사실은 불행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기준이 없이 자기 생각을 믿으면 안 됩니다. 기준에 근거하여 자신을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 째, 내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입니다. 내가 의도하지 않게 원효사로 간 것은 내게 주어진 신호를 무시 혹은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주목받은 법칙이 있습니다. 1대 30대 900의 법칙입니다. 한 번의 치명적인 재해가 일어났을 때는 그 전에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30번의 경고가 있었으며,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30번의 경고가 오기 전에는 900번의 아주 사소한 경고가 발현됐다는 것입니다.

다시 생각하는 질문, “나, 제대로 살고 있나?”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지금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변에서 보내오는 경고를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자기성찰이 일상화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올바른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스승이 있는가? 스승이 제시하는 길에 대한 확고한 믿음 혹은 그 길을 가야만 하는 절실함이 있는가? 자기성찰(수행)이 나에게 일상화되어 있는가? 이 세 가지 기준에 비추어봤을 때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은 만족스럽지 못할지라도 방향은 올바르게 가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세 가지 기준에 한 가지라도 결격사유가 있다면 방향 자체가 잘못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살다가 ‘이렇게 살아도 되나?’, ‘사는 게 뭔가?’, ‘이렇게 살아서 뭐 하나.’라는 질문이 떠오른다면, 오늘 이야기 한 세 가지 기준으로 바꾸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여러분이 행복의 길로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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