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의 덕목

공인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자, 양도받은 권력을 대신 사용하는 사람이다. 양도받은 권력만큼 공인에게는 큰 권력이 있으며, 발언 하나 행동 하나에 커더란 파급력이 따른다.
공인과 수행자의 공통점은 언제나 자기성찰에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나 시민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으며, 자신은 단지 시민들의 대리인에 불과함을 잊지 말고 자기 성찰을 해만 양도 받은 권력을 올바로 쓸 수 있다.

#공동체, 수행, 알아차림, 의지

매월 셋째 주에 진행하는 일요법회는 시사문제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회자되고 있는 문제를 주제로 합니다. 오늘은 불자로서 정치가의 행보에 관련된 문제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할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공인(公人)이란?

공인(公人)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공무원도 공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을 위해서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 주인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공인으로 볼 수 있을까요?

이 사회에서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부분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일을 합니다. 직장이 없는 무직자라 하더라도 소비라는 행위를 함으로써 공공의 이익, 공공의 경제에 일익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두를 공인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흔히 TV에 나와서 발언을 하고, 사회의 특정 문제에 대한 견해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변호사, 교수, 평론가, 혹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오피니언 리더’라는 또 다른 카테고리로 규정하지 공인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연예인은 공인입니까? 스스로 공인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만 연기자나 가수, 감독 등은 하나의 직업에 해당합니다. 다만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직업 특성상 노출이 잦고, 일정 분야의 트렌드를 주도합니다.

자영업자, 전문직 종사자, 연예인, 심지어 무직자까지. 앞서 언급한 여러 부류의 군상이 있지만 공인이라는 말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공인이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권력을 양도받은 사람

제가 생각할 때 공인은 ‘권력을 대신 사용하는 사람’입니다. 4년에 한 번씩 정치가를 선출합니다. 투표란 내가 가지고 있는 한 표 만큼의 권력을 내가 지지하는 사람에게 일정 기간 동안 양도하는 것입니다. 나의 권력을 위임하는 일종의 계약입니다. 한 표 만큼의 권력이 따로따로 떨어져 있으면 힘을 발휘하기가 어려우니 그 힘을 한 곳에 몰아주는 것이 투표입니다.

권력은 힘이지요. 투표로 그 힘을 부여받은 정치인은 여러 정책을 펴고, 입법활동을 하고, 제도가 잘 시행되도록 관리 감독을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가 막강한 권력이지요. 유권자가 몇 년 동안 권력을 양도하여 대통령이 선출되고, 대통령이 모든 국정을 다 볼 수 없으니 그 권력의 일부를 장관에게 양도하고, 장관은 다시 실장과 국장들에게 조금씩 양도하는 것입니다.

양도 받은 권력 만큼 커지는 파급력

공인이 시민의 권력을 양도받은 사람이 공인이라면, 공인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일반적인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은 각자가 투표로 양도하는 사회적인 힘이 그렇게 크지 못합니다. 범부중생의 일상적인 삶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미미한 것이지요. 그러나 시민들로부터 권력을 양도받은 정치가와 고위공직자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의 행동은 하나하나가 큰 파급력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제가 차별 발언을 하는 것과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차별 발언을 하는 것은 그 파급력이 완전히 다릅니다. 비교조차 할 수 없습니다. 권력을 양도받은 사람들은 자기가 큰 파급력을 가진 만큼 자신의 행동에 신중해야 하고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권력을 양도 받았다는 것은 권력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권력을 양도받을 때는 그 파장이 일반인들과는 본질적으로도 다릅니다. 발언과 행동 모든 면에서 신중해야 합니다.

공인과 수행자의 공통점

공인과 수행자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수행자는 열반을 성취하기 위해서 자기 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범부 중생들은 세세생생 이어 내려온 중생의 습이 너무나 깊이 뿌리박혀있기 때문에 그 습을 모두 털어내기 위해서는 내 행동, 생각, 마음 하나하나를 살피고 다스려야만 합니다. 자기 성찰을 게을리 하면 열반을 성취할 수 없습니다.

수행자가 신도들로부터 공양물을 받는 이유는 오로지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를 전적으로 공양에 의존하는 대신 오로지 수행만 하기 때문에, 다시 말해 자기 성찰에 철저하기 때문에 수행자는 수행자일 수 있습니다. 수행하지 않는 수행자는 수행자가 아닙니다.

공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유권자가 개개인의 권력을 양도해주어기 때문에 그러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권력을 손에 쥐고 있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칼을 휘둘러도 자칫 잘못하면 많은 사람이 다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고 고통에 빠질 수 있습니다. 공인이 자기 성찰에 게으르면 자기 혼자만 힘든 것이 아니라 본인에게 권력을 양도해준 사람들도 같이 고통 받습니다. 내지는 공인 개인은 좋을지 몰라도 권력을 양도해준 사람들이 고통받습니다. 때문에 공인은 매사에 신중하며 조심을 기해야 합니다.

공인과 수행자의 두 번째 공통점은 가령 이런 것입니다. 수행자에게 프라이버시가 있습니까? 수행자에게 사생활이라는 것이 있습니까? 수행자가 공적인 영역에서는 수행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사적인 영역에서는 무얼 해도 상관 없는 것입니까? 수행은 매 순간, 매 찰나, 그렇게 365일을 하는 것이지, 출퇴근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하면 수행에 발전에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사생활이라는 영역 자체가 수행자에게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양도 받은 권력 잘 쓰고 있는지 언제나 성찰해야

공인은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하고 올바른 행동을 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하며, 모든 행동이 나 개인의 생각이나 영역이 아닙니다. 이것이 권력을 양도 받아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숙명입니다.

자신이 권력을 양도받은 위치에 있는 이상은 언제나 시민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으며, 자신은 단지 시민들의 대리인에 불과함을 잊지 말고 자기 성찰을 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개인적인 이익을 위하여 권력을 휘두르지 않았는지 매 순간 살펴야지만 양도받은 권력을 올바르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공인을 볼 때, 공인을 판단하는 기준은 이러해야 합니다. ‘저 공인이 자기성찰을 철저하게 하고 있는가?’, ‘저 공인이 수행자적인 자세로 살아가고 있는가?’

한 사람의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특정인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공인은 수행자와 동일하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항상 수행하는 자세로 살아야 하며, 자기 성찰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수행자는 열반을 성취하겠다는 궁극적인 목표가 있는 반면, 공인은 권력이라고 하는 무서운 칼을 쥐고 있습니다. 하기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 칼을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를 보다 보면 짜증이 날 때도 있고 지겨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하게 짜증과 화를 내기 이전에 우리는 공인들에게 권력을 양도해준 사람으로서 그 이가 내가 준 권력을 잘 쓰고 있는지를 지켜보고 감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시민으로서의 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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