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병은 ‘나 혼자 산다’

IMF로 인해 전통적인 가족상이 무너지고 핵가족화 되었다면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개인이 파편화되었다. 현대인들은 혼자 사는 것이 익숙하고 함께 사는 것이 어색하다. 혼자 살면 타인을 배려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므로 배려를 모르는 사람이 되기 쉽다. 갈라서고 남이 되는 것, 죽은 사람은 죽으면 끝인 것, 싫으면 참지 않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었다.
제사가 사라지고, 회식문화가 사라지고, 대면하는 일상이 사라진 데에는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해야만 하는 현실이 놓여있다. 개인이 개인의 정신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만이 거친 세상을 슬기롭게 살아가는 방법이며, 그 방법은 오직 수행 뿐이다.

#MZ세대, 공동체, 수행, 이기주의, 제사

제사가 사라졌다

얼마 전 지역 주지스님들과 식사를 하는데, 요즘 제사가 너무 안 들어와서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현실적으로 제사는 한국 사찰의 중요한 수입원 중 하나이기에 절을 운영해야 하는 스님들 입장에서는 유의미한 고민거리입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제사가 줄어든다는 것은 사찰에서 일어나는 현상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추세입니다. 이는 엄밀하게 말하면 불교의 문제가 아니라 유교의 문제입니다. 유교 문화권의 나라에서 유교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전과 다른 변화를 발생시키는 것입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성인남녀 나이가 30대 초반이라고 하면 노총각, 노처녀라 했습니다. 가족들도 시집, 장가를 보내려고 안달이었고, 그 나이를 먹고도 혼자 사는 사람은 무언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여겼습니다. 또 그 시대에는 2000년대 진입을 앞두고 ‘21세기가 되면 1인 가구가 다수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지만 현재 1인 가구 비율은 우리나라 전체의32%를 차지합니다. 예측이 맞을 뿐만 아니라 진행되는 속도도 굉장히 빠릅니다.

출가 전에는 제가 피자를 참 좋아했는데요.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은 혼자 먹어도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피자를 혼자 먹는 것은 도무지못하겠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혼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입니다. 이전에는 회사 회식에서도 공동체 정신을 중시했다면 지금은 회식자체를 하지 않는 분위기가 됐지요. 

IMF 전과 

가까운 기억을 되살려보자면 IMF 이전까지만 해도 혼자 살고 혼자 밥먹는 것이 결코 정상적인 삶이 아니었습니다. 해왔던 공동체적 관습을 좋든 싫든 따라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IMP가 터지고 나서 공동체를 중시하는 유교적인 사고방식에서 멀어질 수 있는 정신적, 경제적 명분이 생겨났습니다. 

관습을 지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먹고 사는 일이 급해졌기 때문입니다. 이혼율 역시 급증했습니다. 배우자가 싫어서가 아니라 실제 가정이 파괴될 정도의 파급력이었습니다. 그동안 사람들의 마음속에 차마 거부할 수는 없지만 직접 뿌리치지 못했던 유교적인 질서와 가치가 그 차제에 확실하게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1960년대 우리나라가 산업화되기 이전에는 대가족을 이루었고, 1990년대에는 부부가 위로는 부모님을 모시고 아래로는 자녀들과 함께사는 3대를 가족의 일반적인 구성으로 보았습니다. 이때는 가장이 혼자 벌어 3대가 먹고사는 일이 가능했지만, IMF를 지나면서 가장 혼자경제생활을 해서는 가족이 먹고 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남편도, 아내도, 아이들도 사회로 나가 돈을 벌어야 했지요.

좋게 말하면 IMF로 인해 우리 사회가 급속하게 자본주의화 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유교적인 질서가 한 방에 깨져버린 상황입니다. 만일 이런 변화가 우리가 원해서 일어났다면,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나름의 장치와 계획을 가지고 진행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루아침에 나라가 금융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지요. 

제사를 꼭 지내야 한다는 생각은 ‘우리는 한 가족이다’라는 견고한 공동체 의식에 기반합니다. 살아있는 가족뿐만 아니라 가깝게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와 조상님들까지도 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확실하게 박혀 있으면 제사를 지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가족이라는 틀이 없어진 순간 제사는 필수불가결한 것이 아니게 됩니다. 가족을 챙기는 것보다 일단 먹고 사는 것이 급하니까요. 

MZ세대의 출현과 코로나19

1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IMF는 극복했지만 그 시간 동안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유교적인 가치는 멀어져버렸습니다. 특히나1980년대 초 출생에서 2000년대 초 출생자를 아우르는 MZ세대가 사회 전면에 떠오르면서 이 친구들의 개인주의도 함께 부각되게 됩니다. 

최근 몇 년 전부터는 황혼이혼보다 신혼 4년 이내에 이혼하는 신혼이혼 비중이 높습니다. 이혼의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가 첫 번째인데요. 재밌는 점은 형편이 어렵다는 의미의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부부가 각자 벌고 각출하는 가정 내 경제 형태로 인해 충돌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힘들어도 참고 사는 게 아니라 안 맞으면 같이 안 살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요즘 세대들은 혼자 살고 혼자 생활하고 혼자 생각하고혼자 일하는 데에 익숙합니다. 오히려 같이 사는 게 힘든 현상이 일어나지요. 

이러한 개인주의에 결정적인 타격을 준 요인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코로나19 시국입니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사람들은 하기 싫어도해야 했던 사람과의 만남을 비대면으로 자연스럽게 대체했습니다. 전화통화를 할 필요도 없이 채팅을 하거나 어플을 쓰면 되고, 업무적인미팅까지도 직접 만나지 않고 화상연결로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립된 사람들

코로나19 이후 이혼율을 물론 올라겠고요. 지자체에서 진행하던 노인복지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고독사도 늘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고독사의 연령이 노령층에서 30대, 40대로 내려왔다는 것인데요. 모두가 혼자 사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다 보니 옆집에서 누가 사는지 죽는지도모른다는 겁니다. 

얼마 전 유튜브로 청소 대행업체의 브이로그를 보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은 구절이 있어 옮겨 적어보았습니다. “그냥 지쳤어요.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요.”

배경을 유추해보자면 어떤 사람이 혼자 사는데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서 이것저것 물건을 사보아도 허전함이 채워지지 않는 겁니다. 뭔가재미있는 일도 없고 누구도 나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마치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노동처럼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이 내레이션을 듣고서야 비로소 1인 가구 문제가 우리 시대의 아주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대다수인 사회가 과연 건강할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 문제의식이 비로소 든 것이지요. 

배려 ()하는 사람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부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혼자서 살 것을 주문했는데, 모두가 혼자 사는 지금 이 시대는 왜 이토록 괴로움으로 가득 차있는 것일까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혼자서 가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 질문의 단초를 알 수 있는 사례가 있습니다. 유튜브에 이혼 전문 변호사가 엄청나게 많더라고요. 유명하다 싶은 사람의 구독자는 100만 명을 상회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 이혼에 관심이 많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한 영상을 보니, 재혼가정의 이혼율이 높다고 합니다. 90% 이상은 자녀로 인한 갈등이라고요. 아이와 함께 살림을 합치는 경우에아이와 상대 배우자간의 갈등으로 인해 본인과 본인의 아이의 갈등이 유발되고 결국에는 배우자간의 갈등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애초에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없습니다. 아이가 어떤 것을 좋아할지, 새 가정에 대한 아이의 적응 속도는 어떤지 배려하기보다 ‘(새)엄마’ 혹은 ‘(새)아빠’라는 이름과 역할에 취해서 자기가 생각하는 좋은 일을 하려고 합니다. 상대방에 대한배려 없이 내가 생각하는 나의 좋음을 강요하는 것은 되레 이기적인 행동입니다. 신혼부부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요.

홀로에게는 가족도 영가도 없다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는 전혀 고려하지 못하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현주소입니다. 왜 배려를 안 합니까? 안 하는게 아니라 할 줄 모르는 겁니다. 성장하면서 배려하는 환경에서 자라고 배려하는 훈련을 했다면 결혼에 있어서도 배려가 전제될 것입니다. 그런데 배려할 필요성을 못 느끼면서 살아온 세대이기에 자연스럽게 타인과의 갈등이 생겨납니다. 

굳이 모여서 살지 않아도 혼자 살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러니까 내 중심으로 살아도 세상 사는 데에 문제가 없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에대한 배려도 부족한데 이미 죽은 조상에 대한 배려가 있겠습니까? 제사가 극단적으로 줄어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할아버지나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당연히 슬프고 힘들지만,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모든 것이 끝납니다. 돌아가신 분이 이 생을 떠나면어떤 세상에서 살게 될까? 어떻게 또 다른 생을 꾸려나갈까? 하는 생각 자체를 안 하는 겁니다. 돌아가신 영가가 다른 몸을 받아서 또 살아간다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무언가를 해야 생각 자체가 없고 그런 생각을 할 필요성 자체를 못 느끼니 제사는 자기와 상관 없는 영역이 되는 것입니다.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유일한 

의도하지 않게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이런 세상에서 마음에 새겨야 할 가르침 역시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입니다. 

이전에는 개인이 힘들면 공동체가 육체, 정신적인 고통을 분담했습니다. 좋은 일은 나눠서 함께 누리고 나쁜 일을 덜어서 가볍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모두가 혼자 사는 사회에서는 자신의 모든 일을 개인이 감당해야만 합니다. 감당을 잘 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정신이 강해야겠지요. 

정신을 강하게 만드는 방법은 오직 수행 뿐입니다. 다른 방법이 없어요. 때문에 현대인들에게는 수행이 필수입니다. 하면 좋은 선택사항이나 교양이 아니라 불자든 불자가 아니든 무조건 수행을 해야 합니다. 

마음이 건강하면 어떤 일이 닥쳐도 수용하거나 개척하려는 의지가 생겨납니다.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면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들다 못해불안에 잠식됩니다. 불안에게 주도권을 넘기고 불안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합니다. 기도는 불안한 마음을 달랠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궁극적으로 기도가 수행으로 발전해야만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이 놈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한탄이 나오는 시대입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마음과 정신이 약해서는 안 됩니다. 해결책은 나와있습니다. 각자가 열심히 수행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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